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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신한지주·은행 종합검사 착수/ 신한 차명계좌·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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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신한지주·은행 종합검사 착수/ 신한 차명계좌·자금 '판도라 상자' 열리나

입력
2010.11.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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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판도라의 상자는 열릴 것인가?

금융감독원이 8일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 종합검사(정확하게는 22일 본 검사를 앞두고 실시되는 사전검사)에 착수했다.

이번 검사의 초점은 아무래도 신한과 라응찬 전 지주회장을 둘러싼 '차명계좌와 비자금'이 될 수 밖에 없다. 금감원도 이번 검사의 초점이 여기에 맞춰질 것임을 여러 차례 밝힌 터. 문제는 금감원이 어디까지 파헤칠 것이냐는 점이다.

한 전직 고위 재무관료는 "차명계좌의 생성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신한은행의 탄생문제와 만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차명계좌의 실체를 추적할 경우 은행 최대주주이자 설립주체인 재일동포 주주의 연관성이 발견될 것이고, 그 역사를 거슬러가면 결국 신한의 설립 비사(秘史)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 동안 금융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면서도 불문율에 부쳐져 있던 사안으로, 과연 감독당국이 이번에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지 온통 금융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생적 한계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와 관련, 재일동포 주주들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신한은행의 설립과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1982년 일본 오사카지역 민단계 재일동포 670여명이 자본금 50억엔(당시 250억원) 모아 설립한 은행.

특히 당시 재일동포들이 가져온 돈은 모두 엔화였고, 외환거래가 자유롭지 못했던 당시 상황에서 이 돈은 정부의 묵인 하에 합법적이지 않은 경로를 통해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소는 부풀려졌겠지만 "007가방에 현금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었을 정도.

당시 정부는 외자유치를 통한 은행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시기.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합작으로 한미은행(현 한국씨티은행)이 만들어졌고, 이희건 명예회장을 중심을 한 재일동포 자금으로 신한은행이 탄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차명계좌도 이 같은 은행 설립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었다. 합법적 경로로 들어오지 않은 돈인 만큼 배당이익을 일본으로 반출하기 힘들었고, 결국 국내에 본인명의 또는 차명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운용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재일동포주주들의 자산관리에 라 회장은 처음부터 깊숙이 간여하고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신건(민주당) 의원은 "라 회장이 관리한 차명계좌의 출발점은 설립 당시 재일동포 투자자부터 시작됐다"며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뒤 일부 계좌가 실명 계좌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1,000여개의 차명계좌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성

금융당국이 주목하는 것은 이 차명계좌를 누가, 어떻게 관리ㆍ운용해 왔냐는 점. 이와 관련, 신 의원은 "라 전 회장이 1991년 은행장이 되면서 비서실과 본점 영업부를 통해 계좌를 직접 관리해왔으며 현재 관리주체가 본점 영업부로 통합된 상태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신한은행측은 "실명제법 시행 이후 재일동포 주주들의 차명계좌는 대부분 실명 전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본점 영업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차명계좌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라 전회장과 신한은행측이 재일동포 자금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일부 자금을 비자금으로 조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 재력가들인 재일동포 주주들이 배당금에 신경 쓰지 않고, 이 자금을 라 전 회장이 관리하도록 했는데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로 송금한 50억원도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실명제법 위반과 관련한 조사에서 재일동포 6명과 신한직원 10여명의 명의로 된 차명계좌를 통해 돈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신한측은 "차명계좌에서 나간 돈은 라 회장의 개인 돈이며 비자금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조심스런 금융당국

금융당국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이다. 재일동포 주주들의 차명계좌와 라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 조사는 할 수 있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재일동포와 관련된 차명계좌의 경우 30년 전의 거래관계를 모두 추적해야 하는데 한정된 시간과 인력으로 수 천개의 계좌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현행법상 관련 거래 자료는 최근 10년 것만 보관하도록 하고 있어 과거 자료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다.

재일동포 주주들에 대한 예우문제도 나온다. 한 금융계 인사는 "외화가 절대 부족했던 시절 재일동포들이 고생하며 번 돈을 고국에 투자해 은행을 만들었고 국내 최고은행으로 키웠는데 이제 와서 그 부분을 들춰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너무 파고 들어가면 정부도 불편한 부분이 많은 만큼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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