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지난해부터 ‘디가우저’(하드디스크 영구파괴 장비)로 수십만건의 사찰 문건을 삭제했으며,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디가우저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이 8일 제기됐다. 그러나 총리실측은 “디가우저는 사용연수 4년 이상이 지난 PC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2008년 7월에 구입한 지원관실 PC는 사용 대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우제창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실이 2006년 디가우저를 구입한 뒤 지원관실의 사찰 업무가 본격화된 200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윤리지원관실이 계속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면서 관련 내용들을 지워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이 이날 공개한 ‘디가우저 사용일지’에 따르면 총리실은 2009년 7월 23개, 같은 해 8월 10개, 2010년 8월 21개 등 모두 54개(총 용량 4,895기가바이트)의 하드디스크를 영구 삭제했다. 특히 관리대장에는 지난해 8월 5일과 올해 8월 11일 사이에 14건이 번호만 매겨진 채 내역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지원관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임박한 지난 7월에 급하게 디가우저를 사용한 뒤 관리대장 기록을 고의로 삭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디가우저는 국정원의 보안업무 지침에 따라 총리실을 비롯,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 민감한 업무를 처리하는 부서들에 설치돼있다”며 “디가우저가 있는 방에는 CC(폐쇄회로)TV도 설치돼 있고 사용일자와 제조사, 용량, 통신방식 등을 기록해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총리실에서는 2008년 이후 총 120개의 하드디스크를 폐기했지만 윤리지원관실 PC는 최소사용 연수를 채우지 못해 해당 사항이 없었다”며 “검찰에서 사용 대장과 기계까지 다 가져가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용대장에 14건의 파일 삭제 기록이 공란으로 돼 있는 것은 삭제는 하되 복원이 가능한 이레이저를 사용한 부분”이라며 “2009년 이후 본격 사용됐다는 주장도 2008년 2월 총리실 화재로 이전 사용대장이 소실돼 그렇게 보이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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