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의 여왕 연아도, 소녀시대의 윤아도, 가슴 벅차 흘린 눈물로 인터넷 상에서 유명해진 익명의 초등학생도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을 기원한단다. 콘서트와 페스티벌, 심지어 백화점 바겐세일에도 성공기원 명패가 주렁주렁 달리고 회의 기간 음식물 쓰레기 배출 자제로 성공을 빌자고 한다.
세계 경제의 '프리미어 포럼(최상위 협의체)'으로 부상한 G20 정상회의를 주관하는 의장국으로서 귀한 손님들을 맞는 의전 경호 안전 등 갖가지 채비는 아무리 치밀하고 세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주요 20개국과 국제기구 수장을 포함해 정상급 인사만 30명이 넘고 이들을 수행하는 3,500명의 보좌진, 4,000여명의 경호원, 그리고 3,500명의 취재진이 참석하는 초대형 행사이니 말이다.
과잉기대 접고 냉정한 접근 필요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주 G20 서울회의의 의의와 과제, 성공 개최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국민적 협조를 당부하는 내ㆍ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통령이 행사 성공을 위해 올인한다는 뉴스가 생중계하듯 쏟아지고 민관 연구기관들은 국가브랜드 제고 등 직ㆍ간접적인 경제적 효과가 30조원 안팎에 이른다고 쉴 새 없이 추임새를 넣는다.
이쯤 되면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질 만하다. 모두가 또 도처에서 '성공, 성공'하는데, 도대체 그 잣대가 뭐냐는 물음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이상으로 정부가 열정을 쏟아 부어온 사안인 만큼, 냉정한 사후평가와 국민적 공감을 위해서라도 이 부분은 분명히 짚어둘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의 기대와 희망은 드러나 있다. 우선은 G20의 존재이유이자 4차례 회의에서 도출된 합의를 명문화해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핵심은 세계경제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국제공조 기본 틀을 마련하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운영 및 지배구조 개혁방안을 만들며 글로벌 금융자본의 탐욕을 제어하는 장치 도입 등 세 가지다. 다행히도 이 부분은 지난번 경주 G20 장관회의에서 잘 정리돼 IMF 지분 재배분과 바젤Ⅲ 규제 등 구체적 결실까지 나왔다.
다음은 우리 정부가 서울회의에 새롭게 추가한 의제, 즉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와 개발의제에서 구체적 성과를 내는 일이다. G20에 끼지 못한 170여 개국으로 G20의 외연을 확대하게 될 두 의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애정은 각별하다. 외환위기 징후 국가에 사전에 자금을 지원하는 IMF의 탄력대출제도(FCL)와 예방대출제도(PCL),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등 지역별 지원망과 통화스와프는 전자의 대안이다. 후자의 경우 개도국에 '고기를 주는 대신 고기 잡는 법을 전수해준다'는 접근으로 개도국의 자생력을 키워 자립하게 하는 '100대 행동강령'이 발표될 예정이다.
문제는'강하고 지속 가능한 거시경제 프레임워크'를 위협하는 환율갈등이다. '시장결정적 환율제도 이행과 경쟁적 통화절하 자제,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도입'을 규정한 경주선언으로 봉합되는 듯했던 이 문제는 6,000억달러 규모의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발표가 나오자 실밥이 모두 터졌다.'선진국은 환율의 무질서한 움직임을 제어해 신흥국이 직면한 자본이동의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한다던 약속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깨진 까닭이다.
이 대통령은 환율 가이드라인 합의까지 포함하는 역사적인'서울선언'에 강한 애착을 보여왔다. 그러나 중국 브라질 독일 등의 반발로 미국마저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며 GDP 대비 ±4% 주장에서 물러선 상황이다.
동력 유지ㆍ외연 확대로 승부를
신흥국인 한국에서 세계경제의 주역인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더구나 지금은 위기감으로 뭉쳤던 시작과 달리 공조가 시험대에 오른 중대 국면이다. 경제력 15위권인 우리의 진면목과 리더십을 발휘, 결정적 결실을 맺고픈 욕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G20의 의사결정구조와 쟁점의 성격상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주선언을 잘 발전시키되 기대를 부풀리지 말고, 최상위 협의체로서의 동력 유지와 외연 확장을 보다 중시하라고 권하는 이유다. 투전판이 아닌 이상 본전도 생각해야 한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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