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46)씨가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 오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07년 첫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 이 본심 후보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예심 결과를 통보 받은 천씨가 말했다. "제가 문단 생활 하면서 한번도 문학상 후보에 오른 적이 없고 제 문학이 문학상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고 생각하지만, 두번씩이나 후보에 오르는 걸 보니 다른 상은 몰라도 한국일보문학상은 언젠가 진짜로 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고령화> 유쾌한>
천씨는 그러면서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예심과 본심을 차례로 밟아 문학상 수상작을 내는 과정은 이해하지만, 언론사가 주관하는 문학상 대부분이 예심 통과 작품을 미리 발표하고 "마치 토너먼트 치르듯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면서 작가들을 번거롭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기자는 천씨에게 "심사 과정을 지상 중계하는 것은 비공개로 심사가 진행될 경우 행여 개입할 수 있는 정실적 요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본심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천씨도 또한 "상을 준다면 받겠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천씨는 평소 한국문학과 문단 제도에 비판적 거리를 둬왔다. 그는 2007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본격문학을 강조하는 한국 문단의 풍토가 작가의 상상력을 옥죄면서 다양한 작품 생산을 어렵게 한다"며 "나는 애초 본격문학이 뭔지도 잘 몰랐으니 개의치 않고 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고령화 가족> 을 내고 한 인터뷰에서도 "나는 문단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고령화>
이런 자세는 오랫동안 영화판에서 활동하다가 문단에 늦깎이로 등단한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1990년대에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의 시나리오를 썼고, 직접 영화를 연출할 기회를 모색하며 30대를 보냈다는 그는 마흔 살이던 2003년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로 등단했다. 이후 장편소설 <고래> (2004),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2007)를 내면서 평단의 호평도 받았지만 그는 소설보다는 시나리오 집필에 매진했고, 지난해에는 자신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희곡으로 연극 '참치'를 연출하기도 했다. 유쾌한> 고래>
한국문학의 방외자를 자처하는 태도는 바로 천씨의 문학적 원천이 된다. 소설가로서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장편소설 <고래> (2004)는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방대한 스케일과 현란한 입담으로 기존 한국문학에서 계보를 찾기 힘든 작품이라는 평을 얻었고,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역시 단편소설의 본령이라 여겨지던 치밀한 묘사 대신 단순하고 힘있는 서사를 앞세워 독창적인 소설미학을 선보였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는 "천씨는 소설이 다른 예술 장르의 부분집합이 아니라 모든 예술 장르가 가진 제멋대로의 개성을 신명나게 녹일 수 있는 장르임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평했다. 유쾌한> 고래>
그가 6년 만에 쓴 두번째 장편 <고령화 가족> 은 인생의 실패를 거듭하는 중년의 3남매가 노모의 집에 한꺼번에 몸을 의탁한다는 재치있는 상황 설정에 바탕한 작품이다. 그에게 '대하 구라'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던 <고래> 에 비한다면 내용이 한결 소소해졌다고 할 수 있지만, 탁월한 이야기 솜씨와 인물 묘사 능력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고령화 가족> 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소설 쓰기에 전념할 생각"이라고 했던 천씨는 새 장편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한 인터넷서점 웹진에 연재하고 있다. 한국문학에는 반가운 '탕아의 귀환'인 셈이다. 고령화> 고래> 고령화>
● 약력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시나리오 집필
▦2003년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로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장편소설 <고래> (2004),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2007) 유쾌한> 고래>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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