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전 독립운동사 연구에 뛰어들 때만 해도 이 분야는 역사 연구의 한 분야로 취급되지도 않았습니다. 친일파들의 방해도 있었지요. 세월이 가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가 드러나면서 독립운동사가 걸맞는 대접을 받게 됐습니다.”
전 20권의 (역사공간 발행)을 펴낸 조동걸(78) 국민대 명예교수. 전집은 조 교수가 위암과 뇌경색 등 각종 노환에 시달리면서도 3만여장의 방대한 원고를 3~4차례씩 검토한 끝에 나왔다. 지난 5일 요양 중인 서울 가양동의 한 실버타운에서 만난 그는 “단재 신채호 선생님은 돌아가신 지 72년 만에 전집이 나왔는데 과연 모두 선생의 글인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내가 전집을 낸 것을 노욕이라고 비판할지도 모르겠지만 잘됐건 아니건 모두 내가 취사선택한 글을 실었다”고 말했다.
1969년부터 10년 간 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이래 조 교수의 학문적 주제는 독립운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말 애국계몽운동, 의병항쟁, 학생운동, 임시정부, 광복군 등 전방위적인 연구로 독립운동사 연구를 개척했다. 그는 “한국의 역사는 한국사람의 역사이고 한국근대사 연구는 한국사람이 근대에 어떻게 행동했느냐를 연구하는 것”이라며 “한국사람이 어떻게 근대에 행동했는가, 올바른 행동은 무엇이었는가를 자문하게 됐고 결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자신의 학문적 도정을 돌아봤다.
‘식민지 근대화론’과 그 연장선상에 있는 ‘군사정권 근대화론’으로 요약되는 보수세력의 현대사 인식에 대해서 그는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근대화란 민주화, 산업화, 생활의 합리화를 의미하는데 일제강점기, 군사정권시대에 과연 민주화가 이뤄졌는가, 민주주의보다 군사독재가 경제개발의 지름길이라는 보편적인 역사모델이 세워졌는가를 물어본다면 해답은 분명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조 교수는 유신시절부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과 농민운동을 조명했으면서도 1980년대 계급주의적 민중사관과는 거리를 둬 좌우와 모두 소통가능한 역사학자로 꼽힌다. 그는 자신의 역사관을 ‘인간주의’로 설명했다. “인간성을 존중하고, 유심론이나 유물론 같은 일원론을 외면하고, 역사현상을 다면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역사가 됐든 정치가 됐든 인간을 떠나면 가치가 없어집니다. 권력, 명예, 재산을 사회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인간주의를 보장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인간주의는 민주주의입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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