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의 냉기로 가득 찼던 극장가에 활기 넘치는 코미디가 몰려오고 있다. 연말까지 개봉할 코미디 영화는 5편. 비린 피 냄새 대신 유쾌한 웃음소리가 스크린을 점령할 태세다. 조폭이나 로맨스 일변도였던 과거와 달리 서스펜스와 섹시로 무장한 점이 눈에 띈다.
지난 4일 개봉한 ‘불량남녀’가 웃음의 포문을 열었다. 원래 제목 ‘사랑은 빚을 타고’에서 알 수 있듯 빚에 시달리는 형사 극현(임창정)과 채권추심사 직원 무령(엄지원)의 다툼과 사랑을 전한다. 채권과 채무로 얽힌 남녀라는 어두운 소재지만 정서는 달달하다. 지난 주말까지 21만7,110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을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12월 9일 개봉 예정인 ‘김종욱 찾기’도 달콤한 사랑으로 웃음을 전파하려 한다. 동명의 대학로 인기 뮤지컬을 필름에 옮긴 영화로 1인 기업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운영하는 기준(공유)과 그의 첫 고객 지우(임수정)의 별난 사랑을 그린다. 동명 뮤지컬 연출가 장유정 감독이 메가폰을 쥔 점이 이색적이다.
한석규와 김혜수가 ‘닥터봉’ 이후 15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이층의 악당’(25일 개봉)은 서스펜스 코미디를 표방한다. 모녀 단 둘이 사는 집에 세를 들게 된 의문의 남자와 집주인 여자가 만들어내는 묘한 감정을 긴장감 넘치게 그린다. ‘달콤, 살벌한 여인’으로 재치 있는 연출력을 인정 받은 손재곤 감독 작품이란 점을 주목할 만하다.
섹시하게 웃기겠다는 코미디도 두 편이다. 18일 극장을 찾는 ‘페스티발’은 마초 순경(신하균), 여성속옷에 집착하는 교사(오달수) 등을 앞세워 야한 폭소를 만들어내려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로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른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12월 초 개봉 예정인 ‘쩨쩨한 로맨스’는 까칠한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규)와 이론에만 능통한 섹스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의 발랄한 사랑 싸움을 전한다.
코미디 영화의 귀환은 스릴러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의견이 많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관객들이 어둡고 무거운 영화에 부담을 갖는다. 피곤한 삶 속에서 영화를 가볍게 즐기려는 관객들의 심리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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