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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중재안 뒤집고 다시 '총무원 때리기'…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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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중재안 뒤집고 다시 '총무원 때리기'…왜?

입력
2010.11.0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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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 명진(사진)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과의 갈등에 대해 ‘참회’하고 봉은사 직영사찰화 등 화쟁위의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다시 ‘총무원 때리기’에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봉은사 주지 임기 만료(13일)가 다가온 상황에서 자신의 거취 및 후임 인선 문제가 갈등의 핵심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명진 스님은 지난 7일 일요법회에서 봉은사의 직영사찰 전환은 총무원이 정치권력과 결탁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다시 내세우며 “내 승적을 불태우겠다” “정권의 하수인인 자승 총무원장은 퇴진하라” “봉은사 직영에는 이명박 대통령 형제가 개입했다”며 입장을 180도 뒤집고 종전보다 더 센 발언을 했다.

명진 스님의 이 같은 돌연한 입장 번복에 봉은사 갈등을 중재해온 조계종 화쟁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도법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 스님과 명진 스님이 만나 인간적인 갈등을 푸는 자리도 갖는 등 원만히 잘 마무리된 것으로 알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워했다. 화쟁위 부위원장 원택 스님도 “잘 해결됐다고 여겼는데, 전혀 상상이 안 되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화쟁위는 8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도법 스님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전환하되, 후임 주지는 명진 스님측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주지인 진화 스님이 맡는 것으로 총무원과 공감대가 형성됐었다”며 그간 총무원과 봉은사 간 이면 합의가 있었음을 밝혔다. 명진 스님이 지난달 24일 일요법회에서 총무원과의 갈등을 참회하며 화쟁위의 중재안을 받겠다고 한 데도 이런 배경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화쟁위의 중재안과 달리 총무원 일각에서 ‘진화 스님 주지안’을 거부하는 기류가 강해, 명진 스님이 이면 합의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선공’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진 스님은 7일 법회에서 “부주지 진화 스님이라도 주지 시켜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진화 스님 주지안과 별개로 불교계가 명진 스님의 거취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명진 스님이 원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봉은사에 남아 대중들과 만나는 것으로 보이는데, 총무원의 주된 기류는 명진 스님이 봉은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주지를 진화 스님이 맡는 대신 회주(고문) 등의 직책으로 봉은사에 남으려던 명진 스님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화쟁위는 이날 “명진 스님의 발언과 상관없이 직영사찰 지정과 후임 주지 임명을 위한 행정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봉은사 신도회가 “명진 스님과 함께 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봉은사 문제가 다시 불교계 갈등에 불을 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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