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시아주둔 미군 증강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아시아태평양지역 영향력을 놓고 라이벌 관계에 있는 중국의 신경을 곤두서게 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7일 호주 방문길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미국이 아시아에서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미군 주둔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 새 기지를 건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호주 언론들은 수개월 내 호주 주둔 미군 증강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호주는 항구, 군사훈련 시설, 무기 실험장 등을 미국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현재 700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AFP통신은 게이츠 장관의 발언이 현재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에 편중된 미군 배치를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동남아시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호주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군 증강은 중국의 해양 수송로인 남중국해와 인도양 일대에서의 미군 작전능력이 강화된다는 의미여서 중국을 긴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게이츠 장관은 그러나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고 부인했다.
한편 8일 호주ㆍ미국 간 국방협력 강화를 논의하는 연례 장관급회담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책임감 있는 플레이어가 되야 한다"고 공격했다. "중국과는 힘겹게 대화를 해왔다"고 밝힌 클린턴 장관은 "새로운 파워를 가진 중국은 신흥 강국으로 책임감 있게 힘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촉구하고, "지역 및 지구촌 문제에 대해 더욱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 등 아시아지역 영토 분쟁 등이 화제로 올랐으며, 양국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에 엄격한 행동수칙이 적용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미국은 아태지역 내에서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확실한 지분을 주장하기도 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아태지역에 100년간 주둔해왔으며, 지금도 주둔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미국은 태평양과 대서양 양쪽에서 모두 강국이며, (미국의)의도에 의혹이 있다면 오바마 행정부 임기 중에 모두 해소시키겠다"고 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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