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 초등학교는 마이산으로 유명한 전북 진안에 있는 작은 시골학교다. 올 가을 운동회는 폐교위기에 처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색다른 형식으로 열렸다. 재학생과 동문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내년에도 후년에도 십 여 년 후에도 운동회가 열릴 것을 기원하며 한 몸이 되어 뛰었다.
오천 초등학교는 유치원생을 포함해 전교생 22명에 교직원은 11명이다. 맞춤 개인지도와 특기교육으로 학력부진 학생은 한 명도 없다. 바이올린 국악 미술 과학 서예 수영 등 방과후 학교도 대도시에 부러울 것 없다. 등•하교는 통학택시 두 대가 책임지고, 아이들과 교직원은 한 자리에 모여 점심을 먹는다. 모든 비용은 무상이고 동창회(회장 서두현)에서 주는 장학금도 있다. 교육 품질만은 대한민국 최고라 할 수 있다.
1950년 개교하여 올해로 60년 회갑을 맞은 이 학교가 위기에 처했다. 1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 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폐교 대상이 된 것이다.
“농촌 학교는 마을의 역사이고 주민들의 삶과 같습니다. 주위에 공부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우리 학교로 1년만 보내주세요. 책임지고 기초학력이 튼튼한 학생으로 만들어 놓겠습니다” 이 학교 13회 졸업생인 박병래 교장은 어떻게든 학교를 살려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는 중이다. 총동문과 주민이 협력해 추억의 가을 운동회를 하게 된 것도 지역사회에 학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리기 위해서다. “안 돼지라, 이 시골에서 학교마저 없어지면 운동회도 못하고 우리 같은 촌사람은 무슨 재미로 살겄소” 공굴리기에 참가해 스테인리스 그릇을 상품으로 받은 김순자(68)할머니는 폐교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운동회가 끝난 며칠 뒤 교실에 편지가 배달 되었다. 함께 뜀박질을 한 다른 지역 어린이들이 보낸 것이다.‘학교 시설도 좋은데 폐교위기에 처해 있다니 참 안타 깝네’ ‘언니네 학교가 폐교 위기라니 너무 슬프겠다. 오천초교를 도와주고 싶은데…’
방과후 학교가 끝난 늦은 오후 통학택시에 올라 집으로 가던 5학년 금화의 목소리가 귓가에 오랫동안 메아리로 남았다.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우리 학교 너무 좋아요. 꼭 살려주세요!”
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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