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마포경찰서 별관 1층. 불법 카지노를 드나들다 적발된 현직 교사 A(48)씨 등 피의자 3명이 강력팀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A씨는 조사 받는 내내 유독 위축된 모습이었다. 특히 바로 책상 너머에 있던 B(31)형사를 외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B형사가 들을까 담당 형사 질문에도 절대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A씨를 외면하긴 B형사 마찬가지였다. 피의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올 때 B형사는 A씨가 왠지 낯이 익다고 느꼈다. 그리고 신원조사서와 함께 제출된 A씨의 주민등록증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B형사의 중학교 담임선생이었던 것이다. 그는 “엄하기만 했던 스승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며 A씨에 대한 조사를 옆자리 동료에게 부탁했다.
조사결과 A씨는 강원랜드 등 국내외 도박장과 카지노 등을 드나들다 3억여원의 빚을 진 상태였다. A씨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도박에 빠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월급으로 이자조차도 감당하지 못해 사채까지 쓰는 등 생활자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B형사는 엄하기만 했던 옛 스승의 모습을 떠올리며 “하필 이런 곳에서 뵈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서울 서초동과 역삼동 삼성동 일대 오피스텔과 고급 아트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 또는 이용한 혐의(관광진흥법 위반)로 58명을 검거해 8일 운영자 원모(35)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A씨 등 4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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