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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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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배해동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입력
2010.11.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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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中경협 강화된다지만 개성이 인프라 더 좋아…정치문제만 풀렸으면"

지난주 금강산에서는 감격적인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여만이다. 지난 3월 말 천안함 사태 이후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뒤이은 우리 정부의 5ㆍ24 조치로 남북 간 교류가 전면 중단됐던 것을 생각하면 안도의 한숨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3일 오후 서울시청역 인근 대한빌딩 901호에서 121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배해동 회장을 만났다. 경제 외적 요인 때문에 '공단 폐쇄 위기'라는 극단의 상황에까지 내몰렸던 기업인에게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 나갈 갈 것인지, 우리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직접 듣고 싶었다. 배 회장은 "지난 7개월 간의 맘 고생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느냐"며 "개성공단이 두 번 다시 남북 간 힘겨루기의 볼모로 전락돼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안함 사태 이후 남북교류가 올스톱되면서 국민들의 걱정이 컸는데요, 우선 지금의 개성공단 상황부터 개괄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지난 3월 천안함 사태에 이어 정부가 5ㆍ24 조치를 내놓으면서 개성공단 상주인력이 절반 이하로 줄고 물자 반입도 전면 금지됐습니다. 이 때문에 생산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고, 이러다가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8월게부터 정부가 이런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많은 부분을 해제해 줬습니다. 지금은 상주인력도 5ㆍ24 조치 이전의 80~90% 정도까지는 회복됐고, 물자 반입도 신규투자 외에는 정상화 단계에까지 왔습니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래서 정부 측에 5ㆍ24 조치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회복시켜줄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현장에서는 다소간 숨통이 좀 트였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기업하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만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정한 제재를 받으면서 기업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바른 건 아니죠."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라면 어떤 걸 들 수 있을까요.

"우선 체류인원의 경우 5ㆍ24 조치 이전에는 1,200여명 정도였는데 아직 80~90%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특히 신규투자가 아직까지 전혀 풀리지 않고 않아 답답합니다. 전 재산을 털어 공장을 짓고 있는 기업인들이 꽤 있는데, 공장을 짓다가 중단한 경우도 있고 기계를 설치하지 못해 가동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력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어서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에 통행ㆍ통관ㆍ통신 등 3통 문제 해결도 저희에겐 숙원입니다."

-5ㆍ24 조치 이후 통제에 따른 생산 차질과 개별 기업의 손실액은 얼마나 되나요.

"당장 개별 기업별로 손실액을 파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반기 경영실적에 대한 세무신고가 되어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때 사업 철수를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는 소식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은 많이 수그러들었습니다. 사실 기업들로서는 인력과 물자가 오갈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이 되면 별다른 대안이 없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저야 사업 철수까지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개성공단은 그럭저럭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대북 위탁ㆍ가공무역을 하는 업체들은 여전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죠.

"예, 그렇습니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 업체들의 활동은 여전히 전면 중단돼 있어 피해가 큽니다. 특히 영세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이미 도산에까지 이른 곳도 여럿입니다. 저희들로서는 여러 애로사항이 있어도 그 분들 때문에 신중하게 인내하고 있습니다."

-현안 얘기로 들어가 보죠. 개성공단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인력 수급 아닙니까.

"근로자 수급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공장을 완공하고도 인력을 수급 받지 못해 놀리는 설비들이 많습니다. 공장 가동률이 높아야 70% 수준입니다. 당초 남북간에 개성공단을 세우기로 합의할 때 북측이 인력과 부지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그게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상주기업들이 요구하는 추가인력이 2만5,000명 정도 됩니다."

-개성시로부터 인력을 더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요.

"실제로 그렇습니다. 개성시 인구가 18만여명이라고 하는데, 지금 공단에 들어와 있는 근로자가 4만4,000명입니다. 노인이나 어린이를 제외한다면 1가구?1명은 들어와 있는 셈이죠. 섬세한 작업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은 대체로 젊은 여성 근로자를 원하지만 얼마 전부터는 40~50대 남자 근로자가 많이 들어옵니다. 인력 문제만 해결된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인력을 데려오려면 기숙사 건립 문제가 중요한데요.

"기숙사 문제는 여러 현안과 연계돼 있어 해결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원래는 우리 정부가 기숙사를 지어주기로 했지만, 지금 정부는 생각이 좀 다를 수 있고 또 천안함 사태와 같은 변수도 있어 뭐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 어렵습니다. 어쨌든 지금도 인력이 필요하고 앞으로 투자가 이뤄지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텐데 답답합니다."

-정부 측과도 이 문제에 관해 상의를 하고 계시죠.

"통일부와 자주 대화를 나눕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로서는 금강산관광객 피격 사건이나 천암함 사태 등이 있으니 섣불리 답을 내놓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시멘트나 철근 같은 원부자재를 북측에 공급해주고 북측이 기숙사를 짓도록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파트 같은 고급시설이 아니어도 되고 또 개성시내의 사용하지 않는 학교나 공공시설도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게 남북간 합의정신을 살리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습니다."

-남북 간 대치가 계속되고 북중 간 경협이 가속화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이 개성공단의 비중을 낮추는 쪽으로 가지 않겠냐는 전망도 해볼 수 있는데요.

"북한과 중국 정부가 신의주나 나진ㆍ선봉지구를 적극 개발할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공단 하나 만들려면 엄청난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우리야 문산 등지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이미 갖춘 상태지만, 내부에도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엄청나게 많은 중국이 북한에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천안함 사태가 매듭지어져야 개성공단의 발전도 가능할 텐데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 보이는 그런 상황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당장의 문제도 그렇지만 좀 더 파고들면 정치문제하고 경협문제하고 분리해서 가는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경분리를 말만 할 게 아니라 제도화시켜야 한다는 얘기죠. 그래야 개성공단의 실질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남북 당국 간의 신뢰가 중요할 텐데요.

"북한과 다르게 우리 정부는 여론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기숙사 문제만 해도 지난 정부에서 약속한 사항이니 지켜야 하지 않겠냐고 통일부 장관에게 건의했더니 북한이 천안함 사태 등에 대해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본인도 답답하다더군요."

-북측은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입장인데요, 이러면 지지부진한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결국은 남북 당국이 대화에 나설 것으로 생각합니다. 최근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긍정적인 신호라고 봅니다. 사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지금 갈 곳이 없습니다. 국내에선 인력 수급도 어렵고 다른 외국으로 갈 경우 위험부담이 큽니다. 사실상 개성공단이 꿈이자 희망입니다. 북한으로서도 산업을 발전시키는 토대를 닦을 수 있고 달러도 벌 수 있습니다. 개성공단이 잘되는 건 남북 모두가 윈윈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죠."

-우리 정부 차원에서라도 정경분리를 제도화하는 방안이 있을까요.

"정치적 이유로 해서 개성공단을 건드리지는 말자는 일종의 선언 같은 걸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상대가 있으니 우리만 선언해서 되는 건 아니겠지만, 남북이 공동으로 하기 어렵다면 남측이 먼저 하고서 북측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덧붙이자면 개성공단에 외국기업들을 입주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30~40% 정도가 외국기업이라면 남북 정부가 모두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개성공단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을 겁니다."

● 배해동 회장

▦1958년 광주 출생

▦1984년 동양공대 졸업

▦1992년 ㈜태성산업 설립

▦2005년 태성하타 개성공장 준공

▦2006년 ㈜토니모리 설립

▦2007년 안양상공회의소 상임이사

▦2008년 무역협회 이사

▦2008년 산업포장 수상 (남북관계 발전 기여)

▦2009년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

▦2009년 한국산업단지경영자협의회연합회 부회장

▦2010년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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