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본 시즈오카현에 위치한 도요타 히가시후지 연구소. 5만5,100㎡규모의 자동차 충돌 시험장에 일순 적막이 흘렀다. 스피커를 통해 카운트다운이 전해지고, 대형차(크라운 마제스타)와 소형차(야리스)는 각각 충돌 시험장의 양쪽 끝에서 시속 55㎞의 속도로 130m를 달려와 시험장 중간에서 '쿵'하는 소리를 내며 충돌했다. 이 실험은 양쪽 차량의 오른쪽 부분이 50%가량만 겹쳐 충돌하는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충돌에너지가 50%부분에 집중 되기 때문에 정면충돌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실제 자동차 사고에서는 정면충돌보다 더 흔한 상황이다.
요시하사 칸노 도요타 차량안전개발 매니저는 "소형차는 충돌 시 승객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 만큼 공간이 확보되는 지가 중요하지만 대형차는 어느 정도 적당히 찌그러지면서도 운전자가 안전하게 보호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는 대형차가 소형차를 위협하는 흉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그저 단단한 차를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대형차는 거의 찌그러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지만, 일정 부분 일부러 찌그러지도록 제작해 충돌 시 소형차량과 충격을 나눠 갖도록 설계, 소형차 승객이 큰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력의 차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9월부터 잇따라 터져 나온 최악의 리콜 사태로 홍역을 치른 도요타가 최근 품질 개선과 고객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2일부터 일주일간 한국을 비롯한 대만, 필리핀 등 7개국 60여명의 자동차 담당 기자를 일본 본사로 초청해 품질과 안전 관련 연구소 등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품질담당 최고 책임자도 직접 나서 품질 개선 노력을 설명했다. 이는 리콜 사태의 원인이 품질 문제뿐만 아니라 고객의 높아진 소통 요구에 부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자체 분석에 따른 것이다.
도요타는 이번 행사에서 도요타 본사 연구소를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본사 연구소에서는 침수 실험장과 고ㆍ저온실험실, 전파실험실 등을 선보였다. 특히 전파실험실에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자파 환경에서 차량의 '급가속'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를 실험하고 있었다. 도요타 관계자는 "도요타 자동차가 전세계로 수출되고 있어 폭우, 폭설 등 각 나라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실험을 하고 있다"며 "특히 리콜 사태 때 논란이 됐던 급가속 문제는 어떤 실험 상황에서도 전혀 발생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또 리콜 사태 이후 품질 강화 노력에 대해서도 자세히 공개했다. 우선 글로벌품질특별위원회를 구성, 국내외 150여명의 품질 책임자들을 정기적으로 불러 모아 개선상황을 점검하고 고객의 작은 불만 사항도 종합한다. 또 신차 개발 및 판매에 두었던 무게 중심을 품질 강화로 옮겼다. 기술개발 프로젝트에 배치됐던 1,000여명의 기술자가 품질강화 부서로 이동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도요타는 다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의 지난 2분기(7~9월) 순익은 987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고 현상이 지속됨에 따라 경쟁력 약화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리콜 자동차의 이미지를 완벽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도요타의 재도약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시즈오카·아이치(일본)=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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