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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방위 수사/ 총리실 '디가우저' 보유… 檢 또 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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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전방위 수사/ 총리실 '디가우저' 보유… 檢 또 안 밝혔다

입력
2010.11.0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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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과정의 정확한 진상은 대체 무엇일까.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수사에서 검찰은 관련 증거를 훼손한 2명을 끈질긴 추적 끝에 찾아내 기소하는 나름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를 뛰어넘는 수준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행해졌다고 볼 만한 새로운 정황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및 은폐 의혹이 커지고 있다.

7일 국무총리실과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상급 기관인 총리실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영구삭제 장비인 '디가우저'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사과정에서 확인했다. 7월9일 총리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가운데 4개가 이미 디가우저에 의해 파기돼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는 수사 진전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었다. 총리실 디가우저 사용기록을 추적하다 보면, 증거인멸의 범인을 찾아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8월18일 공문을 보내 총리실 디가우저와 사용일지 등이 담긴 장부를 넘겨받았다. 2006년 7월 총리실이 구입한 디가우저는 지난해 33건, 올 들어 8월 중순까지 21건 등 총 100여건의 삭제기록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가 7월5일 시작됐음을 감안할 때, 총리실이 디가우저를 이용해 관련 증거물을 모조리 삭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수원의 업체에 가서 파일 삭제를 의뢰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한 뒤, 증거인멸 과정에 총리실 디가우저는 사용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1주일 만에 이 부분 조사를 마무리했다. 검찰 관계자는 "(불법사찰 증거물은) 외부 업체에 맡겨 삭제했다는 진술이 더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한 결과 맞는 걸로 확인됐다"며 "총리실의 디가우저가 기타 다른 불법 행위에 이용된 증거들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직복무관리관실(전 공직윤리지원관실)도 "총리실 총무과가 전산매체 보안관리 지침에 따라 컴퓨터 등을 버릴 때 데이터 완전삭제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원관실은 삭제 의뢰를 한 적이 없으며, 아마도 총리실의 다른 파트에서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이 장비는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증거인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된 지원관실 장모 주무관도 지난 1일 결심공판에서 "7월 중순쯤에야 총리실의 디가우저 보유 사실을 알게 됐다. 미리 알았다면 수원까지 가서 했겠느냐"고 진술했다. 장씨가 컴퓨터 하드디스크 영구삭제를 의뢰한 시점은 7월 7일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는 주로 김종익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에 대한 불법 내사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그 밖의 다른 불법사찰 증거 삭제에 총리실 디가우저가 쓰였을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BㆍH(청와대) 지시사항' 메모나 '청와대 대포폰'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수사결과 발표 때 이 부분을 쏙 빼놓은 점도 석연치 않다. 검찰은 "증거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것이지, 의심만 갖고 할 수는 없다. 공소사실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을 지시한 '윗선'이 누구였는지가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이 '법률가의 자세'를 핑계로 국민적 의혹 해소의 중요성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권 차원에서 부담이 될 만한 사항들은 그 파장을 우려해 일부러 공개하지 않은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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