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들어가지만 예산국회의 순항은 기대하기 어렵다. 4대강 사업과 무료급식 문제 등 예산관련 쟁점만도 타협 전망이 불투명한 마당에, 검찰의 청목회 입법로비 수사가 정치권에 미친 파장이 워낙 크다. 정치권의 자세로 보아 청목회 수사 논란에 스스로 발목이 잡혀 예산국회가 장기간 비틀거릴 가능성이 많다.
정치권은 검찰 수사를 저지하는 데 한통속이 된 모습이다. 관련 국회의원 11명의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민주당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나섰지만, 한나라당도 노골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국회 말살ㆍ유린 사태'로 규정하면서 검찰과의 전면전을 벌일 태세이다. 당내에 국회탄압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야권 공조를 통해 공동규탄대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도 야당과는 톤이 다르지만 검찰 수사를 '국회 무시'로 규정하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입법 대가로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혹에 한나라당 의원 다섯 명이 포함된 점도 있지만, 예산국회 순항을 위한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더욱 어렵게 된 아쉬움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이 일제히 검찰 수사를 비난하는 것은 정당성과 설득력이 별로 없다. 우선 정치권의 주장처럼 검찰 수사가 불순한 의도로 '기획'된 흔적이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회의원 후원금에 관한 정치자금법의 개정 논란과는 별개로 특정 집단의 이익을 돌보는 입법을 대가로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혹은 철저히 수사해 위법 여부를 가려야 마땅하다. 이런 당위성을 부인할 수 없다면, 법원의 허가를 받은 검찰의 압수수색을 부당한 정치개입 또는 국회 탄압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다.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하필이면 G20 회의와 예산국회를 앞둔 시점이냐"고 볼멘 소리를 하며 검찰을 나무라는 것은 딱한 노릇이다. 검찰을 향해'정치적 고려'를 주문하는 것은 그토록 강조한 검찰 독립을 스스로 외면하는 것이다. 여야 의원이 집단적으로 정치자금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까지 받는 마당에 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흐리려는 시도로 비칠 뿐이다.
정치권은 고질적 정치자금 비리를 막겠다고 국민에게 거듭 다짐하며 지금의 정치자금법을 입법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국회의원의 고유한 책무인 입법 활동의 대가로 무리 지어 검은 돈을 받은 의혹 사건 수사에 여야가 한통속으로 맞서는 행태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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