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인근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설립 30주년을 맞아 작가 홍승혜(51)씨와 재불 스위스 작가 펠리체 바리니(58)의 2인전 '세미콜론'을 12월 18일까지 열고 있다. 기하학적인 조형어법을 가진 두 작가의 장소특정적 작업을 통해 한국문화원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부각시키고자 마련한 전시다.
전시는 마치 원과 사각형의 이중주를 보는 것 같다. 먼저 바리니가 꾸민 문화원 1층에 들어서면 벽과 계단, 창문, 기둥 등에 오렌지색 드로잉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그러다가 어느 한 지점에 서는 순간, 오렌지색의 점과 선들은 7개의 커다란 원이 겹쳐진 형태로 정확하게 모아진다. 3차원의 입체 공간이 평면의 캔버스처럼 변신하는 것이다.
홍승혜씨는 영상 프로젝션과 가구 작업, 벽화 작업을 통해 문화원 지하 공간을 일종의 극장처럼 만들었다. 서로 엇갈린 채 설치돼있는 두 개의 스크린을 향해 사각형의 나무 의자들이 줄을 지어 앉아있다. 로드리고의 기타 음악 '기도와 춤'이 흐르는 가운데 검정색 스크린에서는 흰색 사각형 하나가, 흰색 스크린에서는 검정색 사각형 하나가 춤을 춘다. 음악도, 스크린 위 사각형의 움직임도 조금씩 시차를 두고 엇갈린 채 반복되는 이 작품의 제목은 '상호보완적 설치(complementary installation)'. 홍씨는 "조형의 토대가 되는 사각형에 대한 경의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대한 관심을 그 사각형들의 만남과 흩어짐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전상아씨는 "기하학적 형태를 통해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두 작가의 공통점"이라며 "이번 전시가 프랑스 미술계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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