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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리아무브스' 개막 공연한 獨 탄츠하우스 베르트람 뮐러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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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리아무브스' 개막 공연한 獨 탄츠하우스 베르트람 뮐러 예술감독

입력
2010.11.0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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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6일(현지시간) 한국 춤 11편을 유럽 8개국에 소개하는 프로젝트 '코리아무브스(Kore-A-Moves)' 개막 공연이 열린 독일 뒤셀도르프의 탄츠하우스 nrw. 1978년 설립된 이곳은 유럽 무용 전문극장들의 허브이자, 독일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 주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극장 이름 뒤의 nrw는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의 약칭이다.

독일어로 춤을 뜻하는 '탄츠(Tanz)'와 집을 의미하는 '하우스(Haus)'를 결합해 이름 지은 이곳에서는 세계적 무용가인 피나 바우쉬, 장 파브르 등이 공연했다. 영국의 혁신적 안무가 아크람 칸은 이곳에서 공연한 뒤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지금도 미래를 촉망 받는 안무가들은 한 번쯤은 이곳을 거친다.

1975년 탄츠하우스의 전신인 '디 베르크슈타트(Die Werkstatt)'를 세우고 지금까지 탄츠하우스의 예술감독으로 있는 베르트람 뮐러(64)를 만났다. 그는 같은 노르드라인베스트팔렌 주 출신인 세계적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1921~1986)가 남긴 명언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는 말을 자주 인용하며, 생활과 밀접한 예술을 강조했다.

_ 당신은 무용수 출신도 예술가 출신도 아니라고 들었다.

"나는 심리치료사다.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무용 애호가였다. 외국 작품에 특히 관심이 많았지만 35년 전 독일에서는 외국 단체를 초청하지 않았기에 디 베르크슈타트를 세웠다. 나치 정권으로 인해 쇠퇴했던 독일 현대무용이 피나 바우쉬의 등장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을 때라 시기도 좋았다."

_ 사재를 털어 운영한 건가.

"돈이 있어 시작한 것은 아니다. 탄츠하우스는 뒤셀도르프의 버려진 공장에서 시작했다. 현재의 건물도 1998년 시 정부로부터 버려진 전차기지창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탈바꿈시킨 것이다. 재정적 문제로 여러 차례 이사를 다녔고, 통신수단을 제외하고는 모든 재산을 판 적도 있었다. 택시기사도 해봤다."(웃음)

_ 탄츠하우스가 다른 공연장과 구별되는 점은.

"독일에는 130여 개의 공연장이 있고, 그 중에서 탄츠하우스와 프랑크푸르트의 무종투름(Mousonturm)이 무용 전용극장으로 기능을 한다. 하지만 탄츠하우스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에 소속된 극장이 아니라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다. 현재 연간 예산 350만 유로(한화 약 55억원) 중 100만 유로(약 15억7,000만원)를 주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는데, 이 역시 극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된 뒤부터 지원됐다. 안무가들은 공연장의 성격을 이해하고 다른 공연장보다 낮은 개런티로 공연을 해주기도 한다."

뮐러 감독은 16개로 구성된 유럽의 무용 전문극장 네트워크(EDN)의 총책임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이번 코리아무브스를 성사시키는 데도 그의 도움이 컸다. 그는 "한국 춤에 대한 애정과 존경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면서 "한국 무용수들은 춤을 정말 잘 추고, 전통의 색채를 현대무용에 맞게 아름답게 구현해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_ 한국 무용단 60여개 팀의 공연 영상을 직접 검토한 것으로 안다. 이번 '코리아무브스' 프로젝트 참가 무용단은 어떻게 선정했나.

"EDN 등에 속한 극장 감독들과 협의해 최종적으로 10개 팀을 골랐다. LDP무용단의경우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본 적이 있는데 당시의 좋은 기억으로 제일 먼저 택했다. 이선아는 네덜란드 무용 페스티벌에서 봤을 때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_ 실제 공연을 본 소감은.

"매우 만족스럽다. 동희범음패 등의 전통공연 초청은 당초 망설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보고 나니 한국 현대무용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10년 전만 해도 세계 무용은 추상적인 관념을 보여주는 '콘셉추얼 아트(Conceptual Art)'가 대세였다. 그러나 이제는 몸의 움직임을 중시하기 때문에 한국 무용수들에게 유리할 것이다."

뮐러 감독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의 5~6개 무용단을 초청해 장기간 공연하는 방식으로 교류를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 탄츠하우스는

탄츠하우스는 옛 전차기지창을 개조한 시설도 눈길을 끌지만 무용수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등이 잘 갖춰진 극장이다. 4,000㎡(약 1,200평) 부지에 지어진 2층짜리 건물은 350석, 99석 규모의 무대 2개와 8개의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있다.

발레, 재즈댄스는 물론이고 힙합, 인디언 춤, 아프리카 춤 등 200여 개의 무용 실기 수업이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일주일에 무려 2,500여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은 생후 2개월 된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하다. 80여명의 교사들은 모두 현직 무용가다.

주민들은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춤을 배우며 예술가와 직접 소통한다. 매일 퇴근한 뒤 이곳에서 재즈댄스를 배운다는 라르스 프릭(40)씨는 "집 주변에도 무용 교습소가 있지만 탄츠하우스는 프로그램의 종류가 다양하고 강사의 질도 월등히 높다"면서 "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춤이 일상에 에너지와 활력을 주기 때문에 꾸준히 수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수업료는 평균 50유로(한화 약 8만원) 정도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극장 입장에서는 한 해 수입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수입원이다. 베르트람 뮐러 예술감독은 "극장 티켓을 오페라극장 등에 비해 5분의 1 내지 10분의 1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것은 수업료 수입 덕이 크다"며 "교사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은 수업료를 받아 자신의 공연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츠하우스는 5년 전부터 해온 어린이 무용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뮐러 감독은 "우리는 테크닉이 아니라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어린이들은 장차 훌륭한 관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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