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부가 아웅산 수치 여사의 승리를 번복한 1990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치러지는 미얀마 총선거가 7일 오전 6시(현지시간) 전국 330개 선거구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군사 쿠데타로 1962년부터 48년 동안 권력을 잡아온 군부가 “선거를 통해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국제사회는 과연 이번 총선으로 미얀마의 민주화가 한 단계 진전을 이룰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18세 이상 유권자 2,900만 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상ㆍ하원 의원 1,160명을 선출하는 총선에는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민족통일당(NUP) 등 2개의 친군부 정당을 비롯, 37개 정치세력의 후보자 3,000여명이 출마했다. 당선자의 윤곽은 7일 오후 4시를 기해 투표가 마감된 후 순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당선자들은 선거 이후 90일 이내에 대통령과 부통령 2명을 선출하고 ‘민간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하지만 외신들은 반세기 가까이 집권해온 군부가 이번 총선에서도 갖은 부정과 협박을 동원해 친 군부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키고, 허수아비에 불과한 민간 정부를 구성해서 군 통치를 이어갈 것이라 전망한다. 13일까지 가택연금이 유지될 예정인 수치 여사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사실상 정권의 탄압아래 선거를 보이콧했고, 군정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은 소수민족 마을들(유권자 150만명 추정)을 애당초 비선거 지역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법에 따르면 의석 4분의 1 이상은 반드시 군부에 배정되어야 하며, 전체 후보자 중 3분의 2가 친군부 정당 소속인 만큼 사실상 군부의 입김이 걷힌 정부의 탄생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AFP통신은 “군정의 지지도가 크게 떨어졌음에도 어느 누구도 USDP의 압승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군부의 막대한 재정지원과 공포분위기에 따른 결과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얀마 총선 부정사태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높았다. 인도를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7일 “미얀마 총선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며,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군정의 선거부정이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앤드류 헤인 주 양곤 영국 대사는 “민주주의적인 변화를 가늠할 만한 어떤 긍정적인 면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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