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현상공모가 발표되었다. 신춘문예 열병이 나를 휘감고 지나간 것이 스물여섯 해가 지나갔는데도 그 사고를 보며 가슴이 쿵쿵쿵 뛴다. 이 열병은 아마 불치병인 것 같다. 전국의 신춘문예 도전자들이 문학의 ‘칼’을 갈기 시작했을 것이다. 신춘문예에는 ‘To be or not to be?’ 같은 햄릿 식의 고민은 필요없다. 오직 신춘문예에만 올인해야 한다. 나는 최악의 대학 4년 성적과 바꿔 198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이 되었다. 신춘문예 당선은 하늘의 별을 따는 일이 아니다. 신춘문예란 맹수가 제 자식을 문학의 절벽에 내던져 버리는 일이다. 살아 그 절벽을 기어 올라와서도 발톱을 세워 으르렁거리는 동료들과 싸워가며 또다시 살아남아야 한다. 신춘문예는 당선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에 목숨을 거는 일이다. 그래야 비로소 신춘문예 당선 작가가 되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시단에 좋은 시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한국시인협회장인 이건청 시인 등 훌륭한 선배들도 많이 계시고 최영철, 김기택, 성선경, 이윤학, 박형준, 이병률, 손택수 시인 등이 나 이후 한국일보 당선 시인들이지만 나에게는 후배가 아니라 늘 무서운 추격자들이다. 전통의 한국일보 2011년 신춘문예 당선 시인이 되려면 시에 목줄을 걸어놓고 투고하길 바란다. 그런 당선자를 기다린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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