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 최모 행정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 장모씨에게 빌려준 대포폰(차명폰)은 지난 7월 초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수사가 시작된 직후 개설돼, 장씨가 증거인멸에 나선 당일 장씨에게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가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관여한 정황이 뚜렷하지만, 당초 검찰은 최 행정관을 한 차례 조사한 뒤 무혐의 처리해 부실수사 의혹이 커지고 있다. 대포폰 지급 시점에 대한 검찰의 해명도 처음과 달라져 '말 바꾸기' 논란마저 일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수사를 지휘한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5일 "(증거인멸이 이뤄진) 7월7일 지원관실 직원 장모씨가 최 행정관에게 '휴대폰을 빌려달라'고 해서 받아 사용한 뒤 당일 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장씨가 썼던 최 행정관의 차용폰은 7월7일 즈음에 개설됐으며, 8월 초에 해지됐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7월 5일 시작된 것을 감안하면 검찰 수사 직후 대포폰을 개설해 증거인멸 당일 장씨에게 제공한 것이다. 장씨는 7월7일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영구삭제를 의뢰하기 위해, 경기 수원시의 한 IT업체를 향하는 과정에서 이 대포폰을 사용했다.
신 차장은 그러나 최 행정관이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최 행정관은 장씨와 친분관계가 있어 그냥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고, 장씨는 관련 진술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제기된 의혹들이 이미 다 수사과정에서 확인한 것들이어서 (재수사의) 근거가 될 만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의 이날 해명은 애초 설명과 달라진 것이다. 신 차장검사는 지난 3일 대포폰이 장씨에게 건네진 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증거인멸 시점보다 훨씬 앞서 제공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한국일보 4일자 1면). 검찰이 전날 청와대가 밝힌 해명에 맞춰 말을 바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편, 불법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현 NS한마음) 대표 측은 조만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대리인인 최강욱 변호사는 "15일 이인규 전 지원관 등에 대한 1심 선고 후, 국가를 상대로 불법행위 책임을 묻는 민ㆍ형사 소송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김 전 대표의 횡령 의혹을 공식 제기해 명예를 훼손한 한나라당 조전혁 김무성 의원 등 국회의원 4명에 대해서도 검찰에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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