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5일 여야 의원 11명의 사무실을 동시에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물증을 확보하려는 수사 실무적 판단과 함께, 정치권의 반발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석이조의 방책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검찰은 해당 정치인들을 사법처리하는 데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청목회 사건뿐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등에 대한 노조의 불법 후원금 제공혐의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돼 정치권에 전례없는 파장이 예상된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날 압수수색은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시간 동안 검찰 수사관들은 청목회 후원금 내용이 적힌 서류와 회계장부, 컴퓨터 파일 등을 신속하게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대상이 방대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이 결정적 증거를 찾으려는 것이기보다는 보완적 증거 수집 절차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분명한 증거와 진술이 나온 상태에서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면전환용 카드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청와대 대포폰 파문''천신일 사건' 등으로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는 검찰이 수세적 상황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검찰은 정치권의 반발을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다. 대검찰청 고위관계자는 "보좌관들을 소환 조사해야 하는데 그 이전에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의 압수수색"이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적법한 후원금인지, 정치인이 직접 청탁을 받았는지 등 수사의 핵심적 부분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은 정치권의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의 분석을 마치는 대로 다음 주부터는 해당 의원실 회계 책임자를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선 지난해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거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간사를 맡았던 민주당 최규식ㆍ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권경석ㆍ이인기 의원,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등의 보좌관이 우선 소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이 이번 수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당사자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수사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