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요즘 읽는 책은?
"조용헌 선생의 <백가기행(百家紀行)> ." 백가기행(百家紀行)>
_ 왜 이 책을?
"강원도 산골로 숨어버린 지인에게서 어느날 우편물이 왔다. 뜯어보니 이 책이었다. 남의 집 구경이 취미인 나의 성정을 알아차리고 지인은 오랜만에 서울 나온 김에 일부러 서점에 들러 책 한 권 사서 보낸다는 메모를 적었다. 그 정성에 단숨에 읽어 내렸다. 물론 이 책 이전에도 조용헌 선생의 글을 좋아해 열심히 읽고 있는 글 팬이다. 내세울 만한 별다른 제도권 교육 없이 독학으로 그리고 온몸으로 체득하여 완성한 강호동양학에 매료된 탓이었다. 자수성가 내지는 재야고수로서의 일가견을 이루었고 사주, 풍수, 한의학에 해박함은 물론 유불도를 함께 아우르면서 고대와 현대를 넘나드는 독특한 문체 때문에 이규태 선생과 함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젊을 때부터 한중일 삼국을 넘나들며 방외지사(方外之士)로 살 수 있었던 그의 배짱과 후광이 때론 부럽기까지 했다. 남들에게 출가했답시고 항상 자유로운 것처럼 입으론 떠들어도 여기저기 또 다른 인연에 얽혀 옴짝달싹 못하고 살고 있는 내 신세와 대비된 까닭이다."
_ 이 책의 좋은 점은?
"전통과 현대의 모든 집들을 아우르고, 한 칸 띠집에서 99칸짜리 기와집은 물론, 현대저택ㆍ아파트에 대한 생각까지 망라한 수작이다. 건축주의 집에 대한 사랑과 철학을 읽어내는 그의 탁월한 안목에 참으로 공감했다."
_ 인상적인 대목은?
"법화경에 '삼계화택(三界火宅)'이란 말이 나온다. 온 세상을 불난 집이라고 진단했다. 새로 짓는 목 좋은 아파트로 혹은 오피스텔로 몰려 다니면서 '1가구 2주택' 운운하며 부동산 재테크에 열중하는 이에게는 그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집은 분주하기만 한 불난 집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저자가 펼치는 '집 안에 구원이 있다'는 가내구원론(家內救援論)은 차원이 다른 언어였다. 새로운 구원론인 까닭이다. '택교(宅敎)의 교주' 감이라 하겠다. 그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이미 가화만사성 그 자체인 까닭이다."
_ 추천한다면?
"집 장사가 지어준 집이 아니라 내가 직접 집을 짓는 것이 결코 여유있는 사람이나 호사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닌,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임을 알려주기에 내집 마련이 화두인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난 9월 출간된 <백가기행> 은 동양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조용헌씨가 만드는 데 2만8,000원밖에 들지 않은 한 평짜리 도공(陶工)의 흙집에서 현대식 주택까지, 전국 곳곳의 다양한 집들을 소개하며 그 속에 담긴 의미와 철학을 풀어낸 책이다. 디자인하우스ㆍ280쪽ㆍ1만8,000원. 백가기행>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