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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원자력협정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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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미 원자력협정 줄다리기

입력
2010.11.0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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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 협정의 개정을 위한 협상이 지난달 25일 시작됐다. 성공적 협상으로 개정 시기를 앞당겨 큰 그림을 그리려는 뜻이 서로 통했다. 정부는 우리 원자력 산업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세웠고, 일단 두 나라 학자들이 기술적 타당성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했다. 1974년 처음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때 미국과 맺은 원자력 협정에 따르면 우리는 국내 발전시설의 개발과 건설만 가능하다. 원전 연료의 수입과 제조에는 미국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를 직접 땅속에 처분할 때는 높은 방사선과 발열 특성 때문에 현재 경주에 짓고 있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보다 20배 정도 넓은 땅이 필요하다. 사용후 핵연료는 다시 원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준에너지 자원이어서 무턱대고 폐기물로 버릴 수도 없다. 막대한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우라늄자원의 제약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파이로프로세스' 기술을 이용하여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스 기술은 재처리(reprocessing)와는 다르다. 재처리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핵무기 원료인 순수한 플루토늄을 분리해 낼 수 있는 과정이다. 반면 순수한 플루토늄을 분리해 내지 않는 파이로프로세스는 자원 재활용(recycling) 기술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다만 미국이 협정 개정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플루토늄이 추출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된다. 미국 측은 핵확산 저항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기술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파이로프로세스를 허용하면 다른 20여 개 국가와의 원자력협정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북한 비핵화 6자 회담에도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협상에서 협정 개정과 재활용 기술연구를 분리해 '투 트랙(two track)'으로 접근하자는 얼개에 합의한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우리가 추구하는 쪽으로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기관들이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첫째, 협상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기술 문제에는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협상주체가 돼야 한다. 현재 우리 쪽 협상 주체는 외교통상부이고, 기술적 사항은 관련 부처 공무원과 과학자들이 보조 역할을 한다. 이번 협상의 주된 내용은 파이로프로세스 재활용 기술의 포함 여부다. 따라서 이 기술의 연구개발 주체인 교육과학기술부와 관련 연구기관이 협상 주체로 나서야 미국 쪽을 효과적으로 설득,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둘째, 양국 공동연구를 통해 파이로프로세스 기술이 핵확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투명하게 실증된다면 사용후 핵연료의 안전한 관리를 고민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관련 부처와 연구기관은 한미 공동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긴밀한 한미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1차 협상에서 제시한 우리 측의 의제를 흔들림 없이 견고하게 유지해야 한다. 2014년 협정 개정시한까지 정책 기조를 일관되게 이끌고 가야 상호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원자력계는 모두 힘을 합쳐 협상 담당자들을 지원하는 동시에 파이로프로세스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박군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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