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어제 시민들의 비판과 조언을 받겠다며 홈페이지에 신문고 비슷한 것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비위ㆍ부정이 불거져 물의를 빚은 공동모금회가 나름대로 마련한 개선책이다. 그러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일 뿐,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엔 턱없이 미흡한 조치이다. 보건복지부의 자체감사가 아직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놓은 '자정의 제스처'로, 진정성을 인정 받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달 알려진 수도권 공동복지모금회의 비위ㆍ부정은 다시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성금 분실, 장부 조작, 공금 유용 등의 추태는 국민들이 낸 성금을 거저 생긴 돈인 양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조작과 유용 수법도 파렴치하고, 기간도 짧지 않다. 시민에게 모금을 호소하는 사랑의 온도계 탑을 만들면서 비용을 통째로 유용했다는 대목에서는 어이가 없다. 임원 연봉이 9,000만원에 육박하고, 직원들 임금을 빼돌린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 확인됐으니 모금액수가 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의 지회마다 하루 평균 20건 이상씩 기부의사 철회가 이어지는데, 대부분이 규칙적으로 소액기부를 해왔던 시민들이라고 한다. 10월 한 달의 기부액수가 지난해보다 14억원이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고, 그 추세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12월 1일 본격적으로 시작될 사랑의 온도계 사업도 시행 11년 만에 처음으로 모금액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한다.
공동모금회에 모이는 기부금들이 어떤 돈인지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기부금이 직원들 유흥비나 임원의 과잉경비로 빠져나가는 줄 안다면 누가 단 한 푼인들 내려 하겠는가. 애당초 이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사실상 국가가 관리하는 모금기관을 만들었는데, 거꾸로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더욱이 국민성금의 소중함을 망각한 결과, 유사한 부조리가 불거졌을 때 기껏 손해액만 메워 넣게 하고 모르는 척 넘기는 타성에 젖어 있었다. 이런 업무 처리가 상황을 더 악화시켜온 것이 분명하다. 복지부 감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분명하고 신속한 책임 추궁조치를 해야 한다. 그 동안 논의됐던 공적 모금기관의 복수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수술도 없이 어찌 이번 겨울 또다시 국민들에게 손을 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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