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지음ㆍ안진환 등 옮김
한국경제신문 발행ㆍ 352쪽ㆍ 1만6,000원
출판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정의’ 담론을 촉발시킨 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의 또 다른 책이 번역됐다. 가 출간 5개월여 만에 무려 50만부가 팔려나간 데 힘입어 그의 이전 저서들도 속속 번역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원제 ‘Public Philosophy’)는 샌델의 2005년 작이다. 그의 ‘공동체주의’ 정치철학의 전모와 정치적 지향점을 뚜렷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본 후에는 를 보다 차분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에서 그는 주로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정치철학의 장단점과 한계를 보여주는 데 치중해 정작 자신이 주창하는 ‘공동선의 정치’는 책 말미에 간략히 언급했다. 이 때문에 한국의 보수, 진보 진영은 샌델이 보수주의자인지 진보주의자인지를 따지는 우스꽝스런 논란을 빚기도 했다.
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철학적 논쟁을 벌이는 샌델의 강점이 어김없이 발휘되긴 하지만, 2부부터는 자유주의의 버팀목인 임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를 엄밀한 철학적 논리로 비판하고 있어 읽어나가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이런 논쟁에 앞서 샌델이 이 책을 집필한 이유, 행간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머리말에도 썼듯, 그는 이 책을 2004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조시 W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후 집필했다. ‘민주당이 왜 부시에게 패배했는지’와 ‘민주당이 되살려야 할 정치적 전통이 무엇인지’를 일깨우기 위한 의도가 뚜렷이 엿보인다. 당시 대선은 “이라크전쟁 등의 주요 현안을 제치고 도덕적 가치가 표심을 좌우”(7쪽)했으며, “민주당이 도덕적 가치 문제를 놓친 것”(8쪽)이 패인이라는 게 샌델의 분석이다. 샌델은 이를 ‘국가 혹은 정치가 도덕 문제에 개입해서는 안되며 도덕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자유주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특히 민주당의 주류 이념 격인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를 집중 논파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미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인 낙태나 동성애 문제에 대해 자유주의는 이를 개인의 선택권으로 보고 낙태금지나 동성결혼금지 등을 반대하지만, 이는 그 자체로 ‘태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등의 도덕적 판단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도덕적 중립지대는 없으며 정치도 도덕적 가치에 기반을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덕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설파해야 한다는 것이 샌델의 주장이다. 그가 옹호하는 도덕적 가치는 개인이 공동체와 뗄 수 없다는 점에서 공동체적 삶을 증진하는 것, 즉 공동선이다.
경제정의에 대한 그의 관점도 자유주의와 미묘하게 어긋난다. 평등주의적 자유주의는 빈부격차를 ‘공평한 기회’라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문제로 보지만, 샌델은 빈부격차를 공동체의 결속력을 해치는 문제로 파악한다. 이는 상반된 해법으로 이어지는데, 자유주의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인정하면서도 분배를 실현하기 위해 ‘큰 정부’를 필요로 한다면, 샌델은 공동체 자치를 위해 경제력 집중 자체를 완화하고 분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샌델은 이같이 공동체적 가치에 민감하게 대응했던 존 F 케네디,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민주당 지도자들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며 “진보주의 선배들의 통찰력을 되살려야 한다”(318쪽)고 말한다. 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자유주의는 공동선의 비전을 제시하는 과제에 실패해 비틀거렸고, 이는 보수주의자들에게 미국 정치의 가장 잠재성 있는 자원을 양보하는 결과를 낳았다. 자치와 공동체의 공공철학은 자유주의자들이 이러한 자원을 다시 되찾을 수 있게 해주며, 도덕적ㆍ정치적 진보를 추구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 가득한 충고로 읽힌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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