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경찰 입법로비와 농협중앙회 불법 정치후원금 모금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 후원금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야는 사상 초유의 여야 현역의원 11명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검찰 수사에 바짝 긴장하면서도 이번 기회에 정치자금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2004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국회의원 시절에 주도해 개정한 법안으로 법인과 단체의 후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정경유착과 부정축재 등을 양산했던 기업과 이익단체의 검은 돈이 정치권에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또한 개인이 1년에 후원할 수 있는 금액도 최대 2,000만원까지로 제안했고, 한 국회의원에게는 500만원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의원 개인의 모금 한도 총액도 1년에 1억5,000만원(선거가 있는 해는 3억원)으로 제한했다.
무엇보다 개인이 10만원 이하의 후원금을 낼 경우 연말정산 때 모두 돌려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혜택을 줘 ‘다수의 소액 후원금’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당의 한 의원은 “후원금액의 70%가 10만원 이하의 후원금으로 채워지고 있다”면서 “대기업과 특정 이익단체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소액 후원제도는 기업이나 이익단체들에 의해 일명 ‘쪼개기 후원’으로 악용되면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한 국회의원에게 낸 후원금 액수가 한 번에 30만원을 초과하거나 연간 총액이 300만원을 넘을 경우에 한해 후원자의 신상을 보고하거나 공개토록 하고 있다.
로비가 필요한 기업과 이익단체는 이런 맹점을 이용해 직원이나 회원 등을 동원해 뭉칫돈을 10만원 단위의 소액으로 쪼개서 주는 편법을 쓰고 있다. 결국 입법로비를 위해 후원한 부정한 돈을 국민 세금으로 다시 채워주는 셈이다.
이 같은 편법은 사실상 의원들의 묵인 하에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치권은 조직적으로 쪼개서 후원금을 낼 경우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후원금을 제공한 단체 등이 입법로비를 위해 후원 사실을 의원들에게 알린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후원자의 신상정보와 의원들의 후원금 사용 내역에 대한 철저한 공개를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선 로비 자체를 양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현행법상 로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탈법적 후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로비를 제도권 안으로 흡수해 양성화 시킨 뒤 관련 규정을 어기면 처벌하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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