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연필봉’(作緣必逢).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란 TV 드라마의 대사로 유명해진 사자성어다. ‘인연을 맺으면 반드시 만난다’는 의미처럼 극중 주인공은 어려서 헤어진 어머니를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나게 된다.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면 누구나 애잔한 감동을 느끼며 자연스레 눈시울을 적셨을 것이다. 우리가 허구의 드라마임에도 이별과 만남의 소재에 유독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은 분단의 역사에서 비롯된 특별한 민족적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땅에는 헤어진 가족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들이 살고 있다. 상봉을 신청한 12만8,000여명 중 현재 8만3,000여명만이 생존해 있고, 이들 중 80세 이상 고령자가 40%를 넘는다. 이제 10년 후면 대부분이 다음 생(生)으로 만남을 미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상봉인원은 신청자의 1.5%에 불과하다. 더 이상 기다려서는 안 되는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7일간 금강산에서 제18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금강산에서만 15차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치러진 행사지만 언제나 상봉장 풍경은 변함이 없다. 전쟁 통에 맨발로 헤어진 오빠에게 신발을 건네는 칠순 할머니, 90세 아버지께 먹먹한 눈빛을 보내는 뱃속 아이였던 환갑노인. 이들에게 60년만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것은 너무도 가혹한 일이다. 이들에게만은 이념과 체제를 떠나 서로 만날 수 있고 연락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줄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이달 18일이면 금강산 관광이 12돌을 맞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금강산관광을 매개로 남북 화해와 협력이라는 큰 인연의 고리를 만들었다. 비록 지금은 2년 넘게 멈춰서 있지만, 한번 맺어진 인연은 반드시 다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남북이 소중한 것부터 차근차근 쌓아간다면 ‘금강산은 부른다’란 노래 가사처럼 이산가족들을 부르는 특별한 장소로, 그리고 남북의 교류와 협력을 다시 이끌어 낼 수 있는 곳으로 금강산은 새롭게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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