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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뉴욕열전' 지구촌 민중들의 저항운동 도시 뉴욕의 혁명적 이미지를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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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뉴욕열전' 지구촌 민중들의 저항운동 도시 뉴욕의 혁명적 이미지를 파헤쳐

입력
2010.11.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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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부로 코소 지음ㆍ김향수 옮김

갈무리 발행ㆍ560쪽ㆍ2만5,000원

거대한 마천루와 모던아트, 세계의 돈이 모여드는 월스트리트 등으로 상징되는 뉴욕. 이 책은 이런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세계에서 모여든 온갖 민중들이 삶의 투쟁을 벌이며 문화를 생산하는 역동적인 뉴욕의 실체를 조명한다.

일본에서 태어나 1980년대 초 뉴욕으로 이주한 사회활동가 이와사부로 코소가 쓴 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에서 벌어져온 다양한 사회운동을 생생하게 그리며 뉴욕의 ‘혁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름을 붙일 수 없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의 집합과 그들의 힘이 뉴욕이라는 도시의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보고 미국인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모여 형성되는, 일본어로 ‘치마타’(港ㆍ도시의 민중들이 만나고 모이는 장소, 어디에나 있는 교류와 소통의 공간)라는 개념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의 중심지 뉴욕은 극단적인 부의 축적과 빈곤의 집중이 대비되는 계급투쟁의 장이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저항운동도 벌어졌다. 저자는 뉴욕에서 벌어진 재개발반대운동이나 도시빈민운동, 예술운동, 대안운동 등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미국 선주민과 노예, 이민노동자들의 저항운동이나 마르크스주의, 무정부주의 운동사, 1960년대 ‘블랙팬더당’ ‘미 민주학생연합’ 등이 벌인 신좌파 운동사 등 과거의 사례들도 생동감있게 묘사한다. 20세기 후반에 벌어진 게이, 레즈비언 등 성적 소수자들의 운동사처럼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자료들도 실었다.

뉴욕은 9ㆍ11을 기점으로 해서 변했다고 저자는 본다. 1980년대까지 뉴욕은 각종 파티, 클럽, 지하철 구내, 치마타, 지역 공동정원 등의 군거 공간을 통해 다양한 인종이 평등하게 소통하는 활력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9ㆍ11 이후 뉴욕은 ‘군사적 금권정치’를 배경으로 한 도시개발의 힘에 밀려 맨해튼을 중심으로 고급 비즈니스가와 주택가가 들어서면서 이 모든 잡다한 요소들이 사라져 버리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 뉴욕의 역동적인 모습을 복원하려 한다. 그가 밝힌 대로 도시 공간을 ‘지금에 있어서 복수의 과거 기억이 살아 있는 장소, 복수의 시간이 교차하는 장소’로 본 사상가 발터 벤야민의 시각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회운동이 망라된 듯한 느낌이 든다. ‘뉴욕은 도시라는 종(種)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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