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이창호 콩지에 등 한국과 중국의 내로라 하는 강자들이 모두 4강 문턱에서 탈락, 파란이 일었던 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에서 입단 10년차 중고 신인 허영호(7단ㆍ경기대)가 훨훨 날아 올랐다.
1일과 3일 대전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벌어진 삼성화재배 준결승 3번기에서 허영호가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 박정환을 2대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구리가 김지석을 역시 2대0으로 제치고 결승에 진출, 다음달 7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허영호와 결승 3번기를 벌여 우승상금 2억원을 다툰다.
허영호는 생애 첫 세계대회 결승 진출이고 구리는 그동안 여섯 번 세계대회서 우승했지만 삼성화재배는 첫 정상 도전이다.
허영호는 그동안 구리와 두 번 만나 1승1패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9월에 열린 이 대회 본선32강전에서 구리에게 불계승을 거둔 바 있어 한층 자신감을 가지고 결승에 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구리는 당시 허영호에게 패해 탈락 위기에 처했지만 더블엘리미네이션방식 덕분에 다음 대국에서 승리, 기사회생해 결승까지 올랐다.
1986년생인 허영호는 중학생 때인 2000년 세계청소년바둑대회서 우승, 입단 전부터 바둑꿈나무로 기대를 모았다. 2001년 입단 후 2003년 명인전 본선에 올랐고 농심배 한국대표로 선발돼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으나 이후 한동안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006년 비씨카드배 신인왕전과 2007년 마스터즈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지만 본격기전에서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세계기전에서도 지난해 삼성화재배 8강 진출이 최고성적이다.
그러나 올 들어 급격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월에 처음으로 랭킹 10위권에 진입하더니 10월에는 5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현재 성적이 54승15패(승률 78%)로 다승 3위, 승률 2위를 달리고 있다. 최근 성적만 비교하자면 이번 준결승전에 함께 출전했던 박정환이나 김지석보다 훨씬 앞선다. 사실 이번에도 주위에서는 허영호보다 박정환이나 김지석에게 더 기대를 걸었지만 최근 기록에서 앞선 허영호가 결승에 오른 걸 보면 역시 통계를 무시할 수 없나 보다. 허영호는 삼성화재배 결승 진출로 8단 승단이 확정됐고 만일 우승까지 한다면 바로 9단으로 오르게 된다.
허영호와 구리의 결승전은 단검과 장검의 대결로 비유된다. 입단 전 5년여 동안 허영호를 가르쳤던 스승 윤현석 9단은 “이번 준결승전에서 구리와 같은 전투형 바둑인 김지석이 정면대결을 펼쳤다 완패했지만 허영호는 반대로 두텁고 견실하게 바둑을 이끌어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스타일이므로 오히려 승산이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준결승전이 끝난 후 가진 인터뷰에서 허영호는 자신의 우승 확률이 40%라고 말했고 구리는 50%로 예상했다. 삼성화재배 우승상금은 2억원 준우승상금은 7,000만원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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