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하순 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는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의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며(unusually uncertain),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정책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후 국제금융 시장은 추가 양적 완화정책(Quantitative Easing Ⅱㆍ이하 QEⅡ)의 내용과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는데, Fed가 이번 주초 이틀 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거친 뒤 3일 마침내 그 조치를 발표했다.
Fed의 결정을 요약하면 지지부진한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고 물가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2011년 6월말까지 6,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시장에서 매입한다는 것이다. Fed는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올해 3월까지 1조7,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채권(MBS) 등을 매입하는 ‘1차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으나, 가계 및 기업 소비와 투자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올해 2ㆍ4분기에는 경제성장률이 2분기 연속으로 2%를 넘지 못했고 일자리 창출도 지지부진해 실업률도 10%에 육박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요컨대 QEⅡ는 이런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Fed가 취한 특단의 대책인 셈이다.
QEⅡ시행을 앞두고 Fed 내부는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그 시행에 따른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QEⅡ를 시행하더라도 시장금리 하락 폭이 이전보다 못할 것이고 금융위기가 완화된 상태에서 양적완화로 달러를 살포하는 것은 소비ㆍ투자심리를 진작시키기 보다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으로 물가상승의 부작용만 초래될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최근의 고용상황 악화는 구인ㆍ구직 불일치 등에 기인하고 기업투자 부진은 재정ㆍ조세ㆍ건강보험 등에서의 높은 정책불확실성 요인 때문인 만큼 양적완화로 돈을 더 푼다고 해서 고용창출 및 기업투자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Fed는 이런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 ‘고용 극대화’와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차 양적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QEⅡ 발표 당일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상승하고 금리가 하락한 점에 비춰 일단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달러화도 유로화 대비 9개월만에 최저치로 약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향후 QEⅡ가 미국 경제회복과 물가안정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다. 이번 주초 실시된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이 집권당인 민주당을 누르고 다수당이 됨에 따라 이미 월가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을 시도했으나, 재정만 악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정부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수준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QEⅡ 시행이 ‘장기금리 하락→금융상황 완화→가계와 기업의 조달비용 하락→소비ㆍ투자 증가→경기회복’이라는 선순환 구도를 보이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QEⅡ 시행으로 미국 경제가 일본의 저성장, 디플레이션 경로를 밟을지 아니면 또다른 모범사례로 남을지는 앞으로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 등을 통해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Fed는 앞으로 경제전망과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물가안정에 필요하다면 제3, 제4의 추가적 양적완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Fed 발표 직전, 토머스 호니그 캔사스시티 연준 총재가 “연준의 국채매입은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경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Fed의 이번 조치가 성공을 거둬 호니그 총재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지, 또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은 어떤 대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최낙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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