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내의 불륜을 눈치챈 남편이 경찰서에 고발하러 가다 청소차에 치여 죽고, 여자는 불륜남과 새출발을 한다. 극작ㆍ연출가 박근형씨의 무대가 상식을 비웃는 것은 여전하다. ('아침 드라마')
#2. "광란을 향해 달리며, 나는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껍질을 당신의 들어올린 두 다리에 애무할 겁니다."('팬티'에서). 19세기 초 독일 극작가 칼 슈테른하임의 작품은 플라톤, 칸트, 진보적 사회 등을 논하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들은 교양의 허울 아래 불륜의 기회만을 노린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홧김에 뿌린 염산에 눈이 먼 어머니는 안마사가 돼 가족을 꾸린다.('청춘예찬') 목을 맨 아버지의 시체 앞에서 가족은 천연덕스레 밥을 먹으며 며느리가 노래방에서 일해 벌어올 돈을 기다린다.('너무 놀라지 마라') 이른바 박근형 신드롬을 일으키고 증강시켜 온 대표적 무대다.
작품마다 상식의 뒷덜미를 쳐온 박근형씨가 극단 골목길에서 신작 '아침 드라마'를 내놓았다. '구름나라 천국 위'를 공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빈정거림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임신해 산부인과에 간 며느리 왈, "저희 집안은 임신을 안 하면 안 했지 아이를 가지면 모두 사내아이였거든요. 하다못해 제가 신혼 때 형편 어려워 지운 아이들도 전부 사내 애들이었어요." 남아 선호, 불법 낙태 등이 싸잡아 풍자된다.
박근형씨는 "막장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현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며 "일그러진 현실을 더 일그러뜨려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이숙, 김주완 등 출연. 11월 5~28일 게릴리극장. (02)6012-2845
극단 다인다색의 '팬티'는 마지막 허울마저 해제된 인간을 둘러싼 해프닝을 보여준다. 하급 공무원의 아내 루이젤은 어느날 길거리에서 팬티 고무줄이 끊어지는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때 얼핏 본 그녀의 속살을 잊지 못한 두 남자가 그녀의 집에 하숙을 하며 벌어지는 사건이 극의 중심을 이룬다. 남편마저 옆집 여자와 바람이 나고, 무대는 인습 안에 도사린 위선을 벗겨간다.
1911년 발표된 작품으로 작가 칼 슈테른하임은 인간의 허위를 통찰하는 촌철의 대사, 상황의 절묘한 설정 등으로 독일 문화권에서 브레히트 이후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다. 그는 이 작품을 포함해 '속물' '거인' 등의 작품에서 예의범절이라는 허울을 쓰고 신분상승을 노리는 부르주아를 풍자했다. 송영재 연출, 서예희 김준호 등 출연. 11일부터 무기한 공연. 클막시어터. (02)766-7598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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