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 선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민주당이 참패했다. 중간선거에서는 대개 집권당이 고전하지만 하원 의석을 60석이나 상실하면서 다수당 지위를 빼앗긴 경우는 없었다. 1938년 대공황 당시 중간선거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당은 72석을 잃었으나 전체 262석을 차지해 169석을 얻은 공화당을 압도했다. 2010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 충격은 루스벨트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개혁방식 불만에 민심 이반
민주당의 패배 원인으로는 우선 경제회복의 실패가 거론된다. 투표를 마친 유권자 대상의 출구조사에서 열에 아홉은 "경제가 어렵고 미래가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회복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은 가계부채와 실업으로 여전히 고통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연방 정부의 재정 적자는 천문학적으로 쌓여만 가는 상황이다. 경제는 중간선거 패배의 가장 큰 요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만으로는 2년 전 변화를 내건 오바마를 지지하면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새 역사를 썼던 미국 유권자들의 급격한 이반을 설명하기 어렵다. 1994년은 미국이 1980년대의 불황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던 초입이었으나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은 하원에서 54석을 잃었다. 1993년 증세(增稅)를 기반으로 하는 균형예산법의 통과와 섹스 스캔들이 불거진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경제 문제를 떼어놓고 본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과거 어느 대통령도 해내지 못한 건강보험 개혁을 이루었다. 3월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법에 의해 10년 동안 9,400억 달러가 투입돼 3,200만 명을 건강보험에 추가 가입시키면서 미국인 95%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또한 5월에는 금융개혁법안인 도드ㆍ프랭크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였고 7월 발효되었다. 의료보험 개혁을 이뤄내고 말썽 많은 금융부분의 규제 감독을 강화하는 법을 마련한 것은 엄청난 치적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오바마의 업적에 대한 미국인들의 싸늘한 거부로 볼 수 있다.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당연히 인정받아야 할 업적들이, 더욱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개혁이 미국에서는 거꾸로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응징으로 되돌아온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미국인들의 뿌리깊은 자유에 대한 신봉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건강보험 개혁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언제나 높았다. 금융개혁에 대해서는 다수가 개혁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오바마의 접근 방식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거의 동수를 이뤘다.
일부는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주장하면서 오바마의 금융규제 법안을 비난한다. 개혁안들에 대한 반대의 핵심은 연방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의료보험을 관리 감독하고 금융규제 당국에 지나친 권한을 주었다는 것이다. 요컨대 의료보험과 금융의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정부의 개입과 권한 증대에 의한 해결은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작은 정부'와 개혁 함께 요구
오바마의 개혁은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신념인 자유를 정부가 침해하는 것으로 비쳤던 것이다. 미국인들의 자유에 대한 신념은 거의 절대적이다. 전쟁이나 대공황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미국인들은 언제나 '작은 정부'를 선호해 왔는데, 오바마의 '큰 정부'는 자유를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후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의 상당수는 개인의 경제적 어려움은 정부가 아닌 개인에게 주된 책임이 있고, 따라서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미국인들이 오바마에게 요구한 변화는 작은 정부를 유지하면서도 산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개혁을 실천하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력이 크게 쇠락한 상황에서 어떤 정치인이 이러한 요구를 실현할 수 있을까. 여기에 미국의 고민이 있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