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에서의 민주당 참패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대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민심 이반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경제 상황을 보면 그의 재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2년 뒤 재선을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이들은 2년이나 남은 시간도 그렇지만, 중간선거를 대통령에 대한 신임평가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물려받은 경제위기가 모든 의제를 압도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는 대통령보다는 위기 수습을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에서 행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여부는 중간선거 이후의 후반기 국정을 어떻게 꾸려나가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사례는 많았다. 1982년 중간선거에서 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그랬고, 94년 공화당에 상ㆍ하원 모두를 내줬던 빌 클린턴 대통령도 2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반면 78년 중간선거에서 진 지미 카터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에도 계속된 경기침체와 여기에 이란혁명 등 불안한 정치상황까지 겹쳐 결국 단임에 머물렀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중간선거에서 70여년만에 최악인 집권당 참패가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는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피터 모리치 메릴랜드 대학 교수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지만, 경제에 대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해 책임을 면키 어려웠지만, 공화당도 하원을 차지한 이후에는 유권자의 냉엄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AFP 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잠재적 당내 대권 경쟁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상당부분 밀려난 것이 오바마 대통령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성적도 좋지 않다면 후보자리를 놓고 당내 도전을 받을 수 있다. 과거 제럴드 포드와 카터 대통령이 그런 수모를 겪었다. 이 경우 오바마 대통령과는 대조적으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는 물론 다음 대선에 전혀 관심 없다"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대선 환경이 급변하면 입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2004년 대선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던 하워드 딘 전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도 경쟁자로 거론된다.
한편 5일 미 노동부가 10월 일자리 증가가 15만1,000개로, 다섯달 만에 증가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9.6%로 전월과 동일했다. 고용동향이 예상을 웃도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지만 통계 발표가 선거 후에 이루어져 집권 민주당이 호재를 누릴 기회를 놓쳤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 인터뷰/ 앨런 리트먼 아메리칸대학 교수
앨런 리트먼 아메리칸 대학 교수는 진보적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2006년 메릴랜드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때 민주당 당내 예비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4일 가진 인터뷰에서 공화당의 이번 득세에도 불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 유권자들은 왜 공화당에 표를 던졌나.
"이번 선거가 오바마 대통령 신임투표라는 것은 일부분만 본 것이다. 행정부에 대한 평가라는 게 적절하다. 오바마 대통령도 전임처럼 행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국민이 집권당에 등을 돌린 것은 이번이 연속 세 번째이다."
-건강보험, 금융규제, 추가 경기부양책 등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정책 향배는.
"오바마의 의제를 의회가 되돌릴 수는 없다. 민주당이 여전히 상원 다수당이고오바마 대통령에게는 거부권이 있다. 그러나 이후의 개혁의제는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본다."
-앞으로 공화당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접근법은.
"오바마 대통령은 화합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러나 둘이 의제를 보는 시각에 너무 큰 거리가 있다. 협력은 어려울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따를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화당 주도 의회가 경기회복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데.
"대통령 제안 조치를 봉쇄하려 든다면 그럴 수 있다. 여야 대립은 경제에 좋은 처방이 아니다."
-공화당이 다수당의 '힘의 정치'를 할 것으로 보나.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공화당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하원의장이 될 존 베이너 원내대표는 자신의 최우선 목적이 오바마 대통령을 2012년 대선에서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파티에 대한 생각은.
"티파티는 공화당에 중요하고도 새로운 에너지를 제공했다. 그러나 델라웨어 상원선거에 나선 크리스틴 오도넬이나 네바다의 샤론 앵글, 알래스카의 조 밀러 등 많은 후보들이 너무 극단적이다. 장기적으로 공화당에 득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2012년 대선 향배는.
"충격은 제한적이다. 그때까지 경제가 회복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승리할 것이다. 첫 번째 임기의 대통령이 상ㆍ하원 모두에서 패한 것은 1차대전 이후 세 번 있었다. 1946년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 1954년 공화당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1994년 민주당 빌 클린턴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확인됐는데 미국에서 금권선거는 피할 수 없나.
"기업과 노조가 선거자금을 무제한 쓸 수 있도록 한 대법원 판결 이후 정치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다. 어쩔 수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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