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볼커(사진) 미국 백악관 경제회복자문위원장이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놓은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조치에 대해 의도했던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양적완화의 영향으로 자국에 달러가 밀려들 수 있다는 데 대한 신흥국의 우려에 대해서는 “유동성이 유입되는 외부 요인뿐 아니라 내부 요인도 돌아봐야 한다”며 신흥국의 수출과 무역흑자 우선 정책 시정이 먼저라는 입장을 보였다.
볼커 위원장은 5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강연과 사공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장과의 대담에서 “현재 연준의 통화정책(2차 양적 완화)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기금리를 낮춰 경기를 활성화하려 한 것이지만 이미 금리가 매우 낮은 상황에서 더 낮춘다고 얼마나 효과가 날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볼커는 1979년 오일쇼크에 따른 초인플레이션 당시, Fed의장에 취임해 무려 20%까지 금리를 높이며 물가를 잡아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는 “(양적완화로) 인플레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인데 Fed도 이를 인식해야 한다”면서 “인플레를 감내하면서 경제 번영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볼커 위원장은 그러나 미국의 양적완화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는 “Fed의 1차적 책임은 달러의 안정을 ‘미국 내에서’ 지키는 것”이라면서 “물론 매년 이런 조치를 취하는 식으로 무한정 풀기만 한다면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지만 Fed는 충분히 똑똑하므로 무한대로 달러 유동성을 푸는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에 자본이 밀려들어 자산거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어떤 요인이 있기에 자금흐름이 불안정한지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며 “버블 위험에 대처한 조치는 신흥국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수출과 무역흑자의 힘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면서 신흥국이 무역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을 낮게 유지하려 한다는 식으로 비판했다.
이른바 ‘볼커 룰’이라고 불리는 금융개혁과 관련해서는 대마불사(大馬不死)를 막는 내용의 금융개혁법(프랭크-도드 법)이 미국에서는 이미 통과됐으나,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금융기관들은 세계 각지에 법인을 세우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것. 한국의 대형 은행간 합병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상황을 잘 모르지만 금융이 국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아이슬랜드가 국가부도사태를 맞은 것처럼 금융부문이 비대한 것은 문제”라면서 “미국은 이번 법을 통해 큰 은행이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현재보다 더 커지는 것을 금지했다”고 소개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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