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석(49) C&그룹 회장 측이 그룹의 위장계열사로 지목된 광양예선 전 대표에게 '횡령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써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약정서가 C&그룹이 위장계열사인 광양예선을 통해 실제 거액을 횡령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로 보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ㆍ관계 로비의혹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는 2007년 9월 광양예선 대표였던 정모씨가 회사를 그만둘 때 임 회장 측이 정씨에게 "정씨가 재직 기간 동안 회계 처리한 내용에 대해 민ㆍ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써준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가 약정서를 받는 자리에는 임 회장의 수행비서인 김모씨, 임 회장의 고향친구이자 C&그룹 임원인 최모씨, 회계사 등 세 명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실제로 임 회장의 친인척이 회사를 운영하면서 빼낸 돈이 최소 70억~80억원이 되는데, 차후 나한테 모든 걸 뒤집어 씌울 수도 있을 것 같아 약정서를 요구해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정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세 차례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를 확인했으며, 광양예선 직인과 대표이사 도장이 찍힌 약정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2002년 2월부터 2007년 9월까지 광양예선에서 일하던 5년 반 동안 임 회장에게 써낸 일일보고서가 800장 분량에 달한다"며 "그런데도 비서실에선 계열사 전 직원 중에 내가 꼴등이라며 독촉을 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일일보고서 내용 중 '2004년 11월 22일 수행비서 김씨에게 6억원을 보냈다'는 부분과 관련해, "그쪽(임 회장 비서실)에서 보내라고 해서 보냈고 사용처는 모른다. 수행비서 김씨가 (횡령을 포함한) 모든 일을 전담했다"고 밝혔다. 박해춘 전 우리은행장과 임 회장의 골프회동에 대해 정씨는 "2007년 설 연휴에 내가 한번 예약해준 적이 있다"면서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을 통해 두 사람이 골프를 더 친 적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준모기자 moonjm@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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