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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계약 재배農 수확 현장 가보니…"애지중지 키운 6년근 인삼…딸 시집 보내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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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장 계약 재배農 수확 현장 가보니…"애지중지 키운 6년근 인삼…딸 시집 보내는 심정"

입력
2010.11.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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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지중지 키워온 막내 딸을 시집 보내는 그런 심정일 겁니다."

2일 오전 6년근 인삼 수확이 예정된 경기 이천시 설성면 송계리의 한 인삼밭. 경작인 유성영(58)씨에게 소감을 물었지만 그는 한참을 말 없이 인삼밭만 바라봤고, 대신 곁에 있던 조중윤 한국인삼공사 북부원료사업소장이 한마디 했다. 그제서야 유씨는 "나랑 같이 이 녀석들을 키워왔으니 조 소장이 내 맘을 잘 알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채굴기를 매단 트랙터가 1만7,500㎡(약 5,300평) 인삼밭의 고랑을 오가며 60㎝ 깊이로 흙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흙 속에 묻혀있던 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이들 6년근 인삼을 커다란 바구니에 주워담는 바쁜 손길이 이어졌다. 이 6년근 인삼을 껍질째 증기로 쪄서 말린 게 바로 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이다.

"인삼은 물소리와 바람소리, 그리고 사람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답니다." 트랙터가 지나간 고랑을 뒤따라가며 흙 속에 아직 묻혀있는 인삼을 하나 둘씩 집어 들며 유씨가 말했다. 건조한 봄철에는 적당한 수분을 유지해줘야 하고, 고온다습한 여름철엔 매일같이 해가림과 통풍, 배수에 신경을 써야 한단다. 게다가 다른 농작물과 달리 파종 이후 5년간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 농사꾼의 발길이 부지런해야 하는 것이다.

20년 넘게 계약재배를 통해 인삼공사에 6년근 인삼을 공급해온 유씨는 "매년 수확기만 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며 웃었다. 수확일 보름 전에 실시되는 인삼공사의 최종 성분 분석을 두고 하는 얘기다. 각 부위별로 균형 있게 생장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인삼공사 내 안전성연구소에서 샘플을 가져다가 203가지 성분을 분석, 사포닌과 같은 필요성분이 제대로 들어있는지, 혹시라도 위해성분이 포함됐는지 등을 꼼꼼히 점검한다. 조 소장은 "몇 년씩 동고동락해온 분들에겐 한없이 미안하고 우리 역시 손해가 크지만 기준에 맞지 않는 인삼은 절대로 수매하지 않는다"면서 "정관장 홍삼의 경쟁력은 바로 철저한 품질관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삼공사가 농가로부터 6년근 인삼을 수매하는 과정은 생산단계별로 철저히 시스템화돼 있다. 우선 경작 예정지의 토질을 분석한 뒤 1~2년간 전통유기농법을 활용해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는 땅으로 탈바꿈시킨다. 청초(떡갈나무잎)나 볏짚 같은 천연 유기물을 공급해 통기성과 배기성을 높이는 것. 호밀ㆍ수단그라스 등을 비료를 주지 않고 재배하기도 한다.

계약농가에 제공될 묘삼의 경우 전량 청정도 분석을 실시한다. 우량 묘삼을 심어야 질 좋은 인삼으로 키워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청정삼 생산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R&D본부 산하에 천연물자원연구소도 설립했다.

5년근이 되는 해 11~12월, 6년근이 되는 해 7월께 한 차례씩 샘플을 채취해 안전성 분석을 실시한다. 이 때는 기준치 충족 여부를 농가에 통보해 농사에 참고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수확 보름 전에 실시하는 최종 분석에선 합격과 불합격만 있을 뿐이다. 특히 이 때에는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이해 샘플 취합시 봉인을 실시하고 사진자료도 남겨 둔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확 당일엔 직원 3~4명이 새벽부터 밭에 나와 작업이 이뤄지는 내내 눈을 떼지 않는다. 다른 인삼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수확된 인삼을 실은 트럭이 수매장까지 가는 내내 직원들이 동행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그렇다 보니 수확철이 되면 수매업무 담당직원들은 두 달 가까이 객지생활을 한다.

인삼공사는 내주 G20 정상회의 기간 동안 회의장 내에 '정관장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홍삼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손님들을 위해 홍삼라떼도 새로 준비했다.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 관광장관회의 때는 정관장 봉밀절편과 활력-28을 제공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몸은 고되지만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고위 인사들에게 문화 외교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천=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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