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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박근혜의 '행복한 나라'?

입력
2010.11.0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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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근혜 전 대표 인터뷰 기사를 신문에서 찾아볼 수 없나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한 지인은 며칠 전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는 "가장 인기 있는 스타 정치인의 인터뷰가 언론에 나오지 않는 게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맞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아직까지 한 차례도 공식 인터뷰를 갖지 않았다. 신문과 방송들은 수차례 대담 취재를 요청했으나 박 전 대표는 3년 이상 이를 거절해왔다. 그는 공식 기자회견도 거의 갖지 않았다. 다만 국회 복도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나 '번개 문답'을 주고받았을 뿐이다.

과거 3김씨를 비롯한 유력 대선주자들과 역대 대통령들은 종종 인터뷰를 갖곤 했다. 이런 점과 비교하면 박 전 대표의 언론 거리 두기는 특이한 현상이다. 정치인의 최고 수단은 말인데 박 전 대표는 극도로 말을 아낀다. 한 정치학자는 "99%의 정치인은 오히려 언론 노출을 선호한다"며 "세계적으로 수년 간 인터뷰를 갖지 않는 정치인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 입장에서 정치 무대에 가장 자주 등장시키고 싶은 주연배우는 박 전 대표이다. '박근혜'란 이름 석자가 기사 제목에 들어갈 경우 기사 조회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일보가 지난 1일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 결과 박 전 대표가 충청권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전국적으로 선두를 지켰다'는 기사를 인터넷에 올린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클릭 수가 15만 건을 넘었다.

수많은 팬들이 찾고 있는 박 전 대표는 왜 무대 등장을 꺼리는 것일까. 그의 측근은 "박 전 대표가 사사건건 언급해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벌써부터 언론에 자주 노출될 경우 나중에 팬들이 식상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다. 선두주자로서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안전을 꾀하는 게 득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3년 이상 인터뷰 사양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주요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세종시, 미디어법 등에 대해선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현안인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 철회 여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의 침묵은 집토끼(기존 지지층)를 지키면서 산토끼(새 지지층)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말 아끼기가 더 길어질 경우 많은 문제점을 낳게 된다. 박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미래 권력'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가 집권했을 경우의 사회 풍경은 떠오르지 않는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집권하기 전에는 군정 종식, 민주화 및 남북화해 진전, 소외계층 적극 대변 등의 집권 그림이 보였다.

박 전 대표는 '다 함께 잘 사는, 행복한 나라'를 비전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복지 정책을 위한 구체적 예산 확보 방안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책은 잘 보이지 않고 '원칙의 정치, 신뢰의 정치를 하겠습니다' 등의 캐치프레이즈만 눈에 띈다.

박 전 대표는 요즘 전문가들과 자주 만나 경제, 복지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언론과 일반 국민들을 만나 정치 쟁점 등에 대해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 유권자들은 현안을 비켜 가기보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행복한 나라' 건설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부자 몸 조심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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