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000억달러를 뿌리기 위해 또다시 헬리콥터를 탔다. 2008년 1조7,50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사들이며 달러를 뿌린 데 이어 또다시 8개월 간 750억달러씩 6,000억달러를 뿌리기로 한 것이다. 얼마 전 연준이 보유 중인 모기지 채권 중 만기 도래분을 국채로 바꾸어 재투자키로 한 것까지 고려하면 내년 6월까지 공급되는 달러는 8,500억∼9,000억달러에 달한다.
아직 시기적으로 이르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를 살린다는 이번 조치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토마스 호니그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마저 “연준의 자산매입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에 달러를 뿌려봤자,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업 투자나 가계 소비가 늘어나는 경기 부양효과가 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의 경제연구소인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는 “연준이 1조5,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더라도 실업률은 내년 말까지 0.2%포인트밖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달러가 국제 원자재 시장이나 신흥국 증시 또는 부동산시장에서 버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1차 양적 완화조차 그 부작용으로 국제 금값 폭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았기 때문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시중에 풀린 달러가 미국의 실물경제 속으로 유입되기 보다는 신흥국이나 원자재 시장에서 인플레 압력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원자재 수입국인 한국은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4일 국제 금융시장에 그대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2007년 12월 이후 최고치까지 올라간 것은 물론 일본과 중국은 물론이고 대만, 홍콩의 증시가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물론 양적완화가 미국 경기를 직접 부양하지는 못하더라도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다른 국가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케빈 갤러거 보스턴대 교수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다음주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금융 개혁과 관련해 강한 저항에 직면하더라도 놀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환율전쟁에 불씨를 제공한 만큼 환율합의가 무산되더라도 할 말이 없다는 논리인 것이다. 그는 또 “신흥국이 핫머니 유입에 따른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2차 양적완화 규모(6,000억달러)가 한때 거론됐던 1조~2조달러에 비해서는 크게 낮은 만큼 다른 국가의 반발, 즉 또다른 환율 전쟁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바클레이즈도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일본이 추가 완화책을 내놓을 정도로 크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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