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은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자리로, 3권 분립을 위한 주요 장치 중 하나이다. 의원들이 본회의장 발언대에 총리와 장관을 불러내 각종 현안에 대해 따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3, 4일 진행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보면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해 이 자리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경남 마산갑)은 4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시간(20분)의 절반 가까이를 지역구에 있는 마산항 문제 해결에 쏟았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김황식 총리를 차례로 불러낸 이 의원은 “컨테이너 부두로 건설되고 있는 마산 가포신항 등을 용도변경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총리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정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하는 등 지역구 사업을 집중 거론했다.
같은 당 강승규 의원(서울 마포갑) 역시 지역구 내 재개발 분쟁, 마을버스 정류장 대책을 집중 질의했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전세 대책 등을 묻다가 민원성 질의를 끼워 넣었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구와 강서구를 잇는 을숙도대교는 민자도로라 통행료를 받는다. 서울시내 한강 다리가 20개가 있는데 그 다리를 건넌다고 통행료를 내느냐. 서울 사람들만 특별한 사람들이냐”고 김 총리에게 따졌다.
3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남 의령 함안 합천 출신의 한나라당 조진래 의원은 4대강 사업 필요성을 제기하다 지역구에 있는 의령 남재지구가 4대강 리모델링 사업에서 빠졌다고 추궁했다. 같은 당 윤석용 의원(서울 강동을)은 이명박정부의 핵심 교통 정책인 BRT(간선급행버스체계) 하남-서울 구간에 포함된 천호사거리 교통 대책 등을 제기하며 “주민들의 불만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의원(충남 보령 서천)의 경우 “군장(군산 장항)산업단지에 장항은 없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사업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항은 류 의원 지역구인 서천에 속해 있다.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 현안을 해결하려는 심정은 이해지만 국가의 주요 현안을 다뤄야 할 대정부질문에서 너무 지역 사업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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