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어제 6,000억 달러(약 664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중에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FRB는 만기도래분 채권 매입에 재투자할 계획이어서 내년 6월까지 이뤄질 이른바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의 총 규모는 9,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1차 양적 완화에 이은 조치로, 시장이 예상한 5,000억 달러를 웃돈다. 달러를 풀어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켜 회복세가 미진한 경기를 살리고 실업을 줄이려는 의도이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미국 기업들이 엄청난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를 꺼리는 상황에서 시중에 돈을 더 풀어도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월가 은행들과 헤지펀드 등 금융 투기세력의 배만 불리고 신흥국의 인플레이션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FRB의 양적 완화에 맞서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설 움직임이어서 세계가 또 다시 환율전쟁의 몸살을 앓을 수도 있다.
달러화 공급 확대로 원화 절상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새로 푼 돈이 고수익을 쫓아 한국 등 신흥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1조 달러를 추가로 풀면 국내에 164억 달러의 자본이 유입되고 원ㆍ달러 환율은 35원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급속한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 압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거품을 초래할 위험도 크다.
정부는 달러가 과잉 유입돼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외 투기자금의 유ㆍ출입을 면밀히 감시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미국의 양적 완화가 환율 전쟁이나 보호주의 강화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중재 노력도 필요하다. 수출기업들도 원가 절감과 생산성 제고를 통해 원고(高)를 이겨낼 전략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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