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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문화재 환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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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새로운 문화재 환수 전략

입력
2010.11.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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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강화도 외규장각에서 약탈해간 우리 고문서 340여 점이 돌아올 수 있을까. 1993년 9월 김영삼 대통령이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권을 돌려받았다. 이 한 권의 책을 외규장각 도서를 모두 돌려받는 상징적인 의례로 생각했다.

며칠 뒤, 파리 국립도서관 직원이 책을 내놓지 않으려 몸부림치고 울면서 저지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후 반환 방식을 둘러싼 논란으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다. 그러다가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은 무조건이 아니라, 등가등량 방법에 의한 교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 모두가 실망했다.

상대국 입장 이해하는 자세

17년 세월이 흐른 최근, 상호 대여가 아니라 임대 형식으로 돌려준다는 획기적 제안을 받게 되었다. 프랑스가 기존 입장을 철회하고 '3년 혹은 5년 단위의 갱신 대여' 방식으로 돌려 준다는 것이다. 국내 여론은 "영구 대여를 보장할 문구를 협약서에 삽입해 문서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그대로 수용하자는 의견으로 갈린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 국내법상 '영구 대여'는 어렵다며, 법을 고칠 수도 없다고 말한다.

문화재 환수에도 작전과 전략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은 상호 진정성을 담보로 친선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문화재 반환을 계기로 서로 친선 교류가 확대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빠른 시기에 영구 대여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명분이 약하다는 주장도 옳다. 그러나 어느 나라 정부든 국내법과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는 없다. 17년이나 기다려 온 마당에 새삼 조바심 낼 일이 아니다.

프랑스는 한국 문화재 반환에 뒤따를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도 원칙론자가 협상론자보다 강한 입지에 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을 되게 만드는 것은 역시 협상이다. 상호 입장을 배려하면서 조금씩 양보해야 결말이 난다. 어느 선까지 우리 입장을 고집하는 것이 국익에 유리 할까.

외규장각 도서에 관한 프랑스의 새로운 제안은 양국 관계개선의 좋은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재 반환을 상대와의 싸움이 아니라 새로운 교류 차원으로 발상을 전환할 시점이다. 상대 입장을 수용하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상호 이해에 도움을 주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문화재가 약탈된 경험을 갖고 있기에 프랑스 제안에 대해서 그리 여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문화재 환수를 위한 입장은 서로 엇갈릴 수 있지만, 개인이나 단체의 생각이나 행동이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문화재 환수는 국가적인 일이고, 국가와 국가가 서로 상대하여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민간과 정부 긴밀한 협조를

언론사나 개인, 단체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환수를 추진해야 한다. 개별 단체의 이해관계 등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그 동안 해외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여러 단체가 제각각 문화재 반환 운동을 추진한 점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해외문화재 조사나 환수는 상대방과 긴밀한 신뢰 관계를 토대로 추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프랑스 쪽의 제안에 보다 열린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해외유출 문화재 반환을 위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 지원 활동을 담당할 전문기관 설립의 필요성을 일찍이 제기했지만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는 것도 유감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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