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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 복원 석달도 안돼 금 간 광화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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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초점/ 복원 석달도 안돼 금 간 광화문 현판

입력
2010.11.0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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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3개월도 안 돼 금이 간 광화문 현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소나무인 육송(陸松)의 특성 때문에 일어난 자연현상이라는 입장과, 광화문을 졸속 복원하면서 나무를 덜 말려 빚어진 일이라는 의혹의 시선이 대립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4일 광화문 현장에서 고건축 전문가인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윤홍로 문화재위원, 신응수 대목장, 양용호 단청장, 오욱진 각자장 등이 참가한 자문회의를 열고 "이번 균열은 육송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으로 구조적 문제점은 없다는 데 자문위원 전체가 일치된 의견을 보았다"며 "보다 과학적인 분석을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목재전문가를 통해 균열의 원인을 분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 등은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을 당초 올해 12월로 예정했다가 두 차례나 시기를 앞당겨 졸속 복원했기 때문에 현판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초 현판에 금이 간 부분도 두 곳으로 알려졌으나 미세한 균열까지 포함하면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월 G20 행사 전에 맞추기 위해 12월에서 9월로, 광복절 경축행사에 맞추기 위해 다시 7월말로 두 차례 공기를 단축해 현판도 부실 제작됐다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2006년 10월 광화문 제모습 찾기 사업을 개시하면서 2009년 12월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며 "고종 당시의 광화문 유구 밑에서 태조 때의 유구가 발견되는 등 이유로 공기를 1년 늦추게 됐으므로 공사를 앞당긴 것은 졸속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G20 회의 때 어수선한 광화문의 공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했고, 다시 광복절 경축식에 맞춘 것은 복원이 완료된 부분만 일반에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광화문 현판에 사용된 금강송(육송의 일종)은 대목장 신응수씨가 직접 3년 이상 말린 것"이라며 "금이 간 것은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 나무가 수축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신응수씨는 "현판에 쓴 나무판은 두께 75mm로 수령 150년 이상, 지름 60cm 정도의 큰 나무를 켠 것"이라며 "소나무는 두껍고 강할수록 조직이 서로 당기는 힘이 크기 때문에 균열이 잘 생긴다"고 말했다. 목조각장 허길량씨는 "45년 동안 목재를 다룬 경험으로 보면 아무리 바짝 마른 나무도 햇빛과 바람을 쐬면 금이 갈 수 있다"면서 "현판의 경우 한번 보수를 해야 완전해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나무 문화재 전문가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전 문화재위원)는 "건조가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칠을 해 나무가 마르면서 균열이 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무가 수분을 머금고 있는 함수율이 서울지역 대기의 평형 함수율인 14~15% 정도까지 건조시켰으면 지금처럼 갈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문화재청이 복원 작업에 전통 장인들만 참가시키고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검토를 거치지 않은데다, 목재가 건조가 안 돼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갈라진 현판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란이다. 김원기 문화재청 궁릉문화재과장은 "자연 현상이기 때문에 그대로 걸어 두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며 "겨울과 봄을 지나면 현판이 좀 더 안정화되지 않을까 하는 게 자문위원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분 보수 작업도 하지 않고 내년 봄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광화문 현판을 쩍 갈라진 채로 그대로 두겠다는 것도, 땜질 식으로 보수하겠다는 것도 안이하기 그지없는 생각"이라고 비판하며 재제작을 주장하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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