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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화문 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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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화문 현판

입력
2010.11.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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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구하다. 한자냐, 한글이냐를 놓고 논란을 벌인 끝에 145년 전 원형대로 복원해 놓았지만 이번에는 석 달도 안돼 금이 갔다. 광화문 현판의 광(光)자 옆에 세로로 갈라진 줄이 멀리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문화재청은 "건조과정에서 일어난 수축 때문에 일어난 미세균열"이라고 했다. 나무 재질의 특성, 건조한 가을날씨, 현판의 크기와 무게를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줄이면서 건조와 변형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결과라며, 예고된 인재(人災)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 궁궐은 대개 남쪽이 정문이다. 그러니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고, 현판은 600년 고궁을 알리는 간판인 셈이다. 문화재청이 2006년 연세대 국학연구원에 의뢰해 연구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건물 기둥에 새긴 한시 문구)'에 따르면, 광화문은 천자나 군주의 덕치주의 이념을 담아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현판은 현판일 뿐이고, 나무니까 언제든지 금도 가고 변형도 생길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광화문의 역사성과 상징성, 복원의 의미를 생각하면 현판에 금이 간 것은 이유야 어디에 있건 국민들로서는 영 찜찜하다.

■ 광화문의 새 현판은 고종 때 중건할 당시의 위치에 월대와 함께 광화문을 원형대로 복원하면서 1968년 박정희 대통령이 한글로 쓴 것을 내리고,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보관되어 있는 유리원판 사진자료를 활용해 오옥진 각자장이 원형대로 한자로 새겨 만들었다. 가로 428.5㎝, 세로 173㎝로 크기도 어마어마해 원판 9장을 세로로 이어 붙였다. 균열과 변형을 막기 위해 아예 결이 없는 열대지역 인도네시아산 목재가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굳이 우리 고유의 육송 금강소나무를 선택했다. 그 이유를 모를 대한민국 국민은 없을 것이다.

■ 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목재 현판의 금을 어느 정도 피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덕수궁 대한문에도 열 두 개나 있다. 문제는 기간이다. 언제든 생길 수 있지만, 광화문 현판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복원공사를 시작한 2006년 10월30일부터 3년 가까이 말렸다는 설명이 무색한 이유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광복 60주년에 맞춰 서둘러 완공한 것을 무작정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그게 원인이라면 걱정이다. 광화문 전체가 미덥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시 땜질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찬찬히 들여다봐야 한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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