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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6> 유방과 개고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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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매의 中國味談] <6> 유방과 개고기<하>

입력
2010.11.0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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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쾌네 개고기를 즐겨 먹었던 청년 유방은 후에 페이현의 말단관리인 정장(亭長)이 되었다. 자신이 강을 건너기 위해 타고 온 자라를 죽인 번쾌를 괘씸히 여겼던 유방은 수하를 시켜 번쾌네 가게의 칼을 몰수하였다. 칼이 없어지자 번쾌는 개고기를 더욱 푹 삶아서 손으로 찢는 수밖에 없었다. 손으로 찢어야 하니 뜨거워서 고기를 식힌 후에야 찢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칼로 썬 것보다 고기가 훨씬 맛이 있고 장사도 잘되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페이현의 개고기는 찬 것으로 먹는 습관이 남아있게 되었다.

중국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입동이 지나고서야 개고기를 먹는다. 중국 속담에 “10월 소양춘에는 개고기가 인삼보다 낫다”라거나 “겨울에 개고기를 보하면 다음해 봄에는 호랑이도 잡는다”라는 말들이 있다.

후에 번쾌는 유방의 심복이 되어 진나라를 제거하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을 도와 서한의 개국공신이 되었으며 그 벼슬은 대장군ㆍ좌승상에 올랐다. 후에는 여후(呂后)의 동생 여수(呂須)를 아내로 맞이하여 한고조와 동서지간이 되기도 하였다.

현재 페이현에서는 번쾌의 77대 손인 판센타오(樊憲濤)라는 사람이 ‘번쾌개고기’라는 뜻의 판콰이거우로우(樊噲狗肉ㆍ사진)라는 상표로 개고기를 제품화하여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 상표는 중국 전역에 개고기식당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성황이다. 이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개고기를 ‘장쑤성의 무형문화유산’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다. 볶고 찌고 삶고 끓이는 등의 조리법에 따라, 또 부위에 따라 개고기요리 종류가 아주 많다. 단품으로는 수십 위안짜리 요리에서부터 600~800위안짜리 코스요리도 있다. 코스요리를 먹으면 개고기 종류가 6~8가지가 나오는데 물론 모두 찬 것이다. 확인할 바는 없지만 아직까지도 이곳의 개고기 탕은 번쾌가 자라와 개고기를 함께 넣고 끓였던 그 솥의 국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동물애호가나 애완견을 키우는 분들은 깜짝 놀랄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이처럼 당당하게 개고기를 즐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고기를 먹는다고 그렇게 요란을 떨던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중국의 기업형 개고기 문화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궁금하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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