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저축성보험의 '15년 규제' 앞에서 속을 태우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보험업 감독규정 개정을 앞두고, 유독 손보사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저축성보험 규제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다른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안이라 감독당국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2개 주요 손보사들은 저축성보험의 15년 보험기간 제한을 없애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지난주 금융위에 제출했다. 금융위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보험업법 개정안에 맞춰 조만간 감독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저축성보험이란 보험의 위험보장 기능에 더해 저축기능을 더한 상품. 쉽게 말해 가입자가 낸 보험료 총액보다 만기 때 돌려받는 환급금이 큰 상품을 뜻한다. 현재 생명보험사나 손보사 모두 고유의 보험상품에 저축기능을 가미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생보사 상품은 보험기간에 제한이 없는 반면, 손보사 상품은 보험기간이 15년이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가 제정한 보험업 감독규정 때문. 감독규정은 손보사가 개발ㆍ판매할 수 있는 '장기보험'을 '보장성보험'으로 제한하면서도, 저축성보험은 보험기간이 15년 이하인 경우에 한해 취급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손보업계는 이 같은 15년 제한 때문에 정작 저축성보험을 팔고 있으면서도 장기간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20살 때 이 상품에 가입하면 35세때 그리고 50세때 식으로 15년마다 재가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렇게 되면 보통 가입후 10년간 떼는 사업비를 여러 번 떼게 하는 결과를 초래, 결국 고객에게 손해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저축성보험 판매액 4조원 가운데 손보사 판매 비중은 4,700억원에 불과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저축기능을 가진 금융상품에 대해 은행이나 증권ㆍ생보사는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데 유독 손보사들만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금융권 칸막이가 철폐되고 있는 마당에 손보사에만 유독 차별적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15년 규제는 고령화이슈가 나오기 이전인 198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상황이 180도 달라진 지금까지 낡은 규제를 그대로 끌고 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손보사의 15년 규제철폐에 대해선 생보사들이 가장 반대하고 있다. 저축성 보험 자체가 생보사의 고유영역이고, 원칙대로라면 손보사는 15년 이하 상품도 취급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결정권을 쥔 금융위도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손보사들의 차별적 규제철폐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저축성보험은 기본적으로 생보사의 영역이어서 철폐 여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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