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라는 외계행성에 한 종족이 살고 있다. 과학문명을 발달시킨 영민한 생명체인 이들은 전쟁을 모르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어느 날 하늘 위로 등장한 정체불명의 거대한 비행물체. 외계인들은 신이 나타났다고 반기지만, 과도한 개발로 지구를 잃은 뒤 새 정착지를 찾아 헤매는 인간들이다. 호전적인 인간은 자신의 새 안식처를 구하기 위해 외계인들을 납치해 실험하고, 전쟁까지 감행한다.
공상과학 애니메이션 ‘테라: 인류 최후의 전쟁’은 공존에 대해 자문자답한다. 외계인 말라가 인간 스탠튼 중위를 구해주고, 스탠튼이 납치된 아버지를 찾는 말라를 도와주는 과정은 그리 새롭진 않다. 그러나 외계인을 미개하거나 포악한 존재가 아닌, 인류에게 깨달음을 전해주는 생명체로 묘사한 점이 독특하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섬세한 그림을 보여주지 않지만, 적당한 볼거리와 완성도를 지녔다. 인류에겐 생존의 필수 요소인 산소가 외계행성에 독가스처럼 번지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기보다 자신의 생존에만 집착하는 인간의 독선과 아둔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외계인 지도자가 던지는 한마디는 이 장면과 대비되며 오래도록 귓속을 맴돈다. “대안은 늘 있단다.” 감독 아리스토미니스 처바스. 4일 개봉, 전체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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