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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쪼개진 '광' 날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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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쪼개진 '광' 날씨 탓?

입력
2010.1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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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3개월도 안 된 ‘광화문’ 현판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균열이 생겼다.

광화문 현판의 균열은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 민주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현판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균열은 현판의 우측 ‘광(光)’자 앞쪽 부분에 위아래로 길게 나 있다.

최 의원은 “광화문 현판은 145년 전 원형 그대로 복원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며 “그러나 복원 3개월도 되지 않아 심하게 손상됐다는 점은 복원 과정이 얼마나 날림으로 진행됐는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이에 대해 현판 재료인 육송(陸松)의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4일 관계전문가와 함께 현지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말했다. 문화재청 궁릉문화재과 관계자는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육송으로 만든 현판은 재료의 특성상 가을철 건조한 날씨에 급격한 온도 변화에 의해 건조, 수축돼 균열이 날 수 있다”면서 “벽에 걸려 있는 현판은 하중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후 변화 외에는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해명 자료에서 “현재 설치되어 있는 덕수궁의 ‘대한문’ 현판에도 열두 줄의 세로로 난 균열이 발견되고 있으며, 콘크리트 광화문에 걸려 있던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한글 현판에도 수많은 세로 균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또 육송을 재료로 쓴 창덕궁 인정전 기둥의 경우 사람의 손이 들어갈 정도로 균열이 나 있으나 뒤틀림이나 휘어짐이 없어 2층 건물의 육중한 하중을 견딜 정도로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당초 육송의 성질로 인해 현판 목재를 외래 수종으로 하자는 일부 의견도 있었으나, 조선 제일의 법궁인 광화문의 현판을 외래 수종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자문위원들의 의견에 따라 육송을 사용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광화문 현판에 글씨를 새긴 각자장(刻字匠) 오웅진씨는 “사진으로 살펴보니 나무 속까지 균열이 난 것이 아니라 두껍게 바른 칠에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칠에 금이 가거나 목재에 금이 가는 것은 정상적인 자연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복궁 복원을 총괄했던 대목장 신응수씨도 현판 재료의 특성상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현판에 금이 갈 경우에는 대개 그대로 사용하다 단청을 새로 할 때 톱밥에 아교를 섞어 넣거나, 밥알로 틈새를 메운 다음 단청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기둥의 경우는 균열이 생기더라도 틈새를 메우지 않고 칠만 해서 사용한다는 것.

하지만 일상적으로 광화문 현판을 대하는 시민들로서는 ‘145년 만의 원형 복원’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인 올해 광복절에 맞춰 대대적 이벤트까지 벌여가면서 새로 걸었던 현판이 석 달도 안 돼 흉한 모습으로 갈라져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미심쩍다. 시민 박모(47)씨는 “전통 재료를 사용했고 그 특성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도 알고 썼다면 최소한 균열을 방지할 수 있는 대비책도 미리 생각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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