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디시 바그와티(76)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자유무역 신봉자이다. 그는 ‘시장의 자율성’을 수 차례 강조했다. 초점은 두가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환율공세는 허구이고, 국제공조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경제위기 와중에 과격한 주장으로 들렸지만, 그만큼 세계경제의 체질과 이성을 신뢰한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국에 대해서는 도하라운드 같은 다자간 협상을 지지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잘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전했다.
-미ㆍ중 환율갈등이 치열합니다.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적자가 난다고 주장하는데요.
“미국이 만들어낸 논리입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과도하게 소비했고, 지금도 소비는 계속되고 있어요. 그것이 외국상품에 대한 수요로 이어져 엄청난 무역적자가 난 겁니다. 중국이 막대한 흑자를 낸다고 중국과 결부시키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강하다고 봐요. 미국은 희생양이 필요했던 거지요. 흑자를 내는 나라는 많습니다. 독일을 보세요. 왜 중국만 괴롭혀야 합니까.”
-그러면 미국의 엄청난 재정적자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부시 행정부 2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전쟁에 너무 많을 돈을 쓴 거지요. 또 다른 원인은 석유라고 봅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더 많은 석유를 가져올 수 있고 그러면 유가가 내릴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유가는 올라갔지 않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의 부채를 유산으로 떠안은 겁니다.”
-1980년대 플라자합의 같은 방식으로 환율갈등이 해소될 수는 없을까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회의 때 이견이 많았습니다. 인도나 브라질 같은 나라는 환율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유리하게 조정될 가능성을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어요. IMF가 환율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그래서 어려운 거지요. 일본은 과거 10년간 큰 문제를 겪었습니다. 미국은 일본에게 ‘모든 것을 바꾸라’며 대대적인 공세를 폈어요. 일본은 구조적으로 경쟁력있는 제품을 250개 이상 갖고 있었지만 미국제품을 사기 위해 이것을 포기했지요. 중국도 비슷한 상황이지요. 물론 수출 대신 내수시장에 돈을 더 쓰겠지만 일본처럼 굴복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한쪽은 거대한 무역흑자, 다른 쪽은 적자를 내는 글로벌 불균형은 문제 아닌가요.
“나는 글로벌 불균형을 걱정하지 않습니다. 세계화와 국제무역의 긍정적 효과를 믿습니다. 사실 경제학에서 완전한 균형이 돼야 한다는 것은 궤변입니다. 한쪽이 과다하게 소비하고 한쪽은 과다하게 저축해서 생긴 것인데, 결국 시간이 지나면 조정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겁니다. 환율은 통화에 대한 총체적인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한 나라가 지배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미국경제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더블딥은 올까요.
“경기가 요요처럼 올랐다 내렸다 할 수 있겠지만,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말하는 더블딥은 오지 않을 겁니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많은 정책적 수단이 워싱턴(미국정부)에 있기 때문이지요.”
-경주 재무장관 회의에서 IMF 쿼터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는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럽연합(EU)의 작은 국가들이 너무 많은 쿼터를 갖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 많은 지분을 신흥경제국에 배분해야 해요. 한국 인도 브라질 등 세나라는 지분이 더 늘어야 하는 ‘확실한 나라’들이지요. 하지만 IMF는 돈을 빌려주는 곳이고, 결국은 돈을 갖고 있는 선진국에 유리한 구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거부권 파워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쿼터나 지배구조 개혁에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선진국내에서도 갈등의 소지는 있다고 봅니다. 예컨대 유럽은 재정 건전성을, 미국은 성장을 중시하고 있는데요.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지요. 미국과 독일의 생각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공조가 필요한가 하는 것인데, 공조 자체에도 리스크란 존재해요. 공조에는 나쁜 공조도 있고 대단히 파괴적인 결과를 낳는 공조도 있습니다. 다만 그 부정적인 면이 언급되고 있지 않을 뿐이지요. 나는 그것을 ‘파괴적 창조’라고 부릅니다. ”
-공조가 불필요하다면 대체 어떻게 하자는 얘기인가요.
“각국이 스스로 원하는 것을 하면 됩니다.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나라는 점점 소비를 늘릴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균형상태로 되돌아갈 겁니다. 유럽은 부채는 많으면서 과도하게 지출하는 그리스 같은 나라를 걱정하는데,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그 역할은 IMF에 맡기면 돼요. 그리스 같은 나라를 유럽의 다른 국가가 언제까지 도와줄 수는 없습니다.”
뉴욕=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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