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남서쪽, 목포시 제주시와 함께 거의 정삼각형 꼭지점의 위치에 섬(전남 신안군)이 하나 있다. '집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의 의미로 가가도(家假島)로 기록된 적이 있다가(해동지도), '가히 사람이 살 만한 섬'이라는 뜻의 가거도(可居島)가 됐다. 일제강점기엔 소흑산도로 불렸다. 남해안의 많은 외딴 섬들과 마찬가지로 해식애(海蝕崖)로 인한 암석해안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며 해안낚시와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하다. 이런 가거도가 최근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해상(海上)은 물론 주변 '해중(海中)'의 중요성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 서해의 양대 해류는 남쪽의 쿠로시오 난류와 북쪽의 서해 냉수대(한류). 이 두 해류가 만나는 곳이 가거도 남쪽 약 100여㎞ 바닷속이다. 한ㆍ난류가 만나는 것만으로도 해양생태계의 보고인데, 가거도 주변 해식애가 해저로 닿아 있어 강력한 조류가 끊임없이 보급돼 세계에서 드문 조건을 겸비하고 있다. 게다가 지극히 외딴 해역임에도 생태계에 적합한 수심(20~30㎙)까지 갖추고 있다. 솜털꽃갯지렁이 깨다시꽃게 미역치 용치놀래미 등 낯선 이름의 어종들이 떼지어 서식한다. 중국과 아주 가깝다는 점도 주변의 소중함을 더하고 있다.
■ 외국의 경우 섬 중심의 해상국립공원도 있으나 바닷속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해양국립공원이 더 많다. 호주는 산호초나 해조류, 거머리말 군락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놓았다. 미국도 호주와 비슷한데 이들 국가는 특별한 물고기의 이동경로까지 국립공원에 포함시키고 있다. 해안이 많지 않은 독일은 아예 해양국립공원을 지정할 경우 인근 섬들은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섬나라 일본은 오죽하겠는가. 바닷속을 관리하는 해중공원만 70곳 가까이 지정해 놓았다. 열대어나 산호 서식지는 물론 해저지형도 보호 대상이다.
■ 전국에 국립공원이 20곳인 우리의 경우, 3면이 바다인데도 경남쪽 한려공원과 전남쪽 다도해공원 2곳만 '해상'으로 지정돼 있다. 국립공원위원회는 10년마다 구역 조정을 하는데 올해가 그 해다. 8월에 9곳 구역 조정을 마쳤고 연말까지 나머지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 다도해공원은 해상의 섬들을 중심으로 7개 지구로 나뉘어 있는데 가거도 주변은 어느 지구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가거도를 포함시켜도 좋겠고, 주변 바닷속만이라도 좋겠다. 당장 '해양국립공원'을 추진하기 어렵다면 다도해공원에 8번째로 '가거도 해중지구'를 추가하면 어떨까.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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