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 세종시로 이전할 행정부처의 '통합 서울 사무소'가 비대화, 자칫하다가는 애초에 상정했던 연락사무소 수준을 넘어 대규모 독립청사가 만들어질 우려가 제기됐다. 어제 한국일보 보도(1면)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최근 세종시 이전 대상 기관에 공문을 보내 서울사무소 설치ㆍ운영에 관한 수요 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획재정부가 300평 정도의 공간을 희망하는 등 대부분의 이전대상 부처와 기관이 상당 규모의 서울사무소 설치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세종로 청사를 이전대상 부처의 서울사무소로 우선 활용할 정부 방침을 감안하면 중앙부처 핵심인력이 서울에 그대로 남아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계획의 뼈대인 행정기능 분산ㆍ이전 취지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를 건설하면서 정부가 중앙부처 이전에 난색을 표해오다가 국민과 국회의 뜻에 밀려 마지못해 수용했던 경과를 되새기면 정치적 오해의 소지마저 있다.
서울에 되도록 넓은 공간과 기능을 남기고 싶어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당장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급 정부 회의와 수시로 열리는 국회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무실 공간과 기능 잔류는 피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그 정도다. 간단한 연락 및 회의 기능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남기면 그만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은 단순히 사무실 이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행정기능에 대한 고정관념의 수정을 요구한다. 부처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국회도 무슨 일이건 장관에게 따지겠다는 고식적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어지간한 질의는 실무 간부들에게 따지는 게 오히려 내용이 알찰 수 있다. 형식에 집착하지만 않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앙행정기능 분산이라는 대실험에 앞서 국민과 정부가 함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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