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연방 하원의장이 유력한 존 베이너(60)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오하이오주(州) 시골에서 12남매를 가진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작은 술집을 운영해 번 돈으로 어렵게 생활했고, 집에 가는 것은 고아원에 가는 기분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그런 그가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펴는 공화당원이 됐다는 것은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실제 그의 부모는 가톨릭 신도였으며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가 민주당에서 공화당 성향으로 바뀐 것은 일자리를 가진 후 급료에서 세금이 뭉텅 빠져 나가는 것을 보고 격분해서였다고 한다. 신시내티 소재 세이비어 대학을 졸업한 뒤, 플라스틱 회사의 세일즈맨으로 취직했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사장까지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가난한 사람들도 세금의 도움을 받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올해 초 하원에서 소외계층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건보개혁법안의 통과를 앞두고 발언권을 얻어 고성을 질러가며 부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에게서 정ㆍ부통령에 이어 서열 3위인 하원의장 자리를 물려받게 되는 그는 상임위원회 의원 배정권 등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됐다. 백악관은 베이너를 정파성이 강한 인물로 경계하고 있는데, 그는 “의장에 집중된 권한을 상임위에 나눠주고 상임위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제왕적인 하원의장은 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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